<시리즈> 제2호황 맞은 PC수출 (1);프롤로그

 국내 PC수출이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 등 국내 PC제조업체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하던 때를 「PC수출 제1기」였다고 한다면 요즘 이들 업체가 누리고 있는 수출호황은 「제2기」라 할 수 있다. 제1의 호황기가 해외 시장개척을 위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라면, 올해를 기점으로 전개되고 있는 제2의 호황기는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성장을 기록하는 시기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연간 수출금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약 3조원, 수량면에선 500만대 정도 된다. 90년대 초와 비교하면 무려 50배 이상 급성장한 수준이다. 컴팩컴퓨터·IBM·델컴퓨터 등 세계 거대 공룡 PC제조업체들까지 그 성장규모에 주목할 만하다.

 국산PC는 세계 2대 PC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서 세계 주요 PC업체를 제치고 각각 시장점유율 3위와 4위에 랭크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PC가 지난 상반기를 기준으로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금을 제치고 5위권에 진입했다. 반도체에 이어 PC가 새 천년에 국내산업을 이끌어갈 수출효자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산PC는 이같은 초고속 성장이 거듭되면서 세계 PC시장을 선도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를 위해선 컴팩컴퓨터·IBM·델컴퓨터 등 세계 유명 컴퓨터업체들과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하다. 이들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선 해외시장 개척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산PC는 현재 이들 업체와 시장주도권을 다투기엔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품질 및 마케팅 경쟁력면에서 이들 업체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게 국내외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내 PC수출은 초고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양적인 성장 위주로 전개되면서 내실화 측면에서는 극히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PC수출을 하면서 우리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동안 OEM 위주로 이루어진 수출형태도 그렇고 저가제품을 내세운 박리다매형 수출전략, 현지화 작업의 실패, 마케팅력의 부재, 제품차별화 실패, 명확한 시장타깃 설정미비, 단품판매 중심의 영업전략 등이 그렇다. 그렇다 보니 우리 업체들은 이익이 별로 없는 초저가PC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것도 미국과 일본 위주로 시장을 개척하면서 말이다.

 세계 PC시장에서 우리 PC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주요 PC메이커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수익성에선 그렇지 않다. 우리 업체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업체와 비슷한 정도로 점유율이 높아지긴 했으나 수익성에선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외국업체들의 수익성이 10%대에 가까운 반면 우리 업체들의 수익성은 전체 수출매출액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이뿐 아니다. 국내업체의 현지화 작업 및 마케팅 능력의 부재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외국업체를 인수했던 국내업체들이 사업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한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한 국내 PC업체가 기존 애플컴퓨터의 i맥을 본뜬 제품을 개발, 출시했다가 애플컴퓨터로부터 미국 현지 지방법원에 제소당한 적이 있다. 이것은 국내 PC수출업체들의 구태의연한 제품차별화 전략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독특한 제품개발을 연구하지 않고는 실패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산PC는 현지 관수시장 및 기업용 시장에서 거의 맥을 못추고 있다. 이는 가정용 위주로 수출을 해왔기 때문이다. 시장타깃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이에 맞는 영업전략을 구사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회사 및 제품이미지 제고 및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가브랜드 수출 대신 해외 PC업체에 의존적인 OEM 위주로 수출이 전개되는 것도 국산 PC수출의 대외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새 천년을 앞두고 그동안 추진해 온 이같은 수출전략상의 문제를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산PC는 자칫 저품질 싸구려PC로 인식돼 우리나라가 꿈꾸고 있는 「PC강국의 실현」이 물거품으로 끝날지 모른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