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 98년 국제통화기금(IMF)사태 및 구조조정의 여파로 크게 위축됐던 은행들의 전산투자가 되살아나면서 실적이 반영되는 연말을 앞두고 금융시스템 업체들의 주가가 뜨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금융자동화기기 업체들이 무인점포 확대 추세 등에 힘입어 매출이 늘고 있으며 통합단말기·네트워크 공급업체들도 전산망 통합작업에 따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29일 관련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금융시스템 관련 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어서 최근 주식시장에서 이들 종목의 주가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금자동지급기(CD)·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전문업체인 청호컴퓨터 주가는 지난 10월말 1만원대에 머물렀으나 최근 한달사이 실적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돼 2배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26일에는 장중 한때 3만9400원까지 치솟았으며 지난주 연이틀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대증권 류용석 책임연구원은 『청호컴퓨터의 경우 올해 자동화기기 시장에서 매출수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와 함께 『SK와 합작으로 전국 3700여개 주유소에 자동화기기를 설치키로 한 점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호는 국민은행·주택은행에 500여대의 ATM을 공급키로 한 것을 비롯, 올해 ATM 시장점유율 44.6%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SK주유소의 ATM 공급물량이 윤곽을 드러낼 내년초까지는 주가도 강세를 지속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그러나 자동화기기는 마진율이 적은데다 신규 수요도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은행들의 전산투자가 호스트·서버·네트워크 등을 전면 재정비하는 「차세대 전산환경」 구축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청호컴퓨터 주가는 일시적인 상승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컴퓨터는 통합단말기 등 영업점시스템 신규 구축물량이 쏟아지면서 올 상반기 31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려 흑자로 전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주가도 이달들어 강세를 보이기 시작, 지난달말 1만4000원대에서 최근 2만2000원대로 회복됐다. 류 연구원은 『마사회의 전산발매기 구축 프로젝트 등 신규사업이 추진중이어서 한국컴퓨터의 매출호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은 실적재료와 함께 서울방송·신세기통신·두루넷 등 보유지분 처분에 따른 대규모 평가차익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호컴퓨터·한국컴퓨터의 실적호조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과 달리 동종업체인 효성·콤텍시스템 등은 보합권에 머무르고 있어 대조적이다. 한 증시전문가는 『효성은 서버·자동화기기·단말기·네트워크 등 토털 금융시스템을 확보한 가운데 해외수출에 비중이 크고, 콤텍시스템은 네트워크 등 금융권 시스템통합(SI) 시장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으나 주식시장에서는 다소 소외된 감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