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전자(대표 허진호)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결국 법정관리 후 출자전환하는 형태로 결정됐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한국기업평가위원회의 해태전자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6일 채권단과 해태전자 등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29일 법정관리 후 경영정상화하는 방안으로 결정을 내리고 이날 이같은 내용을 해태전자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해태전자는 지난 2년 1개월 동안의 부도상태에서 벗어나 앞으로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와 관련, 해태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직 법정관리 신청 및 법원의 결정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은행권의 기본 방침이 법정관리 상태에서 출자전환을 통한 경영정상화이기 때문에 이자유예 부분 및 금융부담 부분에서는 오히려 직접 출자전환을 추진하는 사적화의보다 많은 혜택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해태전자는 부도상태에서도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쳐 지난 상반기 매출이 지난 한해 매출 수준에 육박하는 1517억원을 달성하고 89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태전자는 이에따라 올 한해 매출이 3300억원, 영업이익이 18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210억원 이상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법정관리 결정 배경=기업구조조정위원회의 해태전자에 대한 법정관리 결정은 주거래은행을 비롯한 제1금융권 채권단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 해태전자와 제2, 3금융권의 채권단은 그동안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모색하는 사적화의를 추진해온 반면 제1금융권 채권단의 경우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일단은 법정관리 상태로 가기를 원해왔다.
실제 지난 12일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기 전에 실시한 채권단 서면협의에서 사적화의안에 채권단의 54.77%가 동의한 반면 24.46%는 법정관리를 요구해 정상화 방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향후 일정=이번 기업구조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해태전자는 이번 주중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2주 이내에 자산보전처분을 결정하고 실사를 거쳐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하게 된다. 해태전자의 경우 이미 2회에 걸쳐 실사를 받았기 때문에 늦어도 2∼3개월이면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나오면 해태전자와 채권단은 이자탕감 및 이자율 재조정 등 채무조정에 나서게 된다. 채무조정기간은 그동안 은행권의 채권단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출자전환 등을 약속해 놓은 상태라 향후 7∼8개월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이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효과 및 전망=이번 법정관리 결정으로 해태전자는 대외적인 신인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내적으로는 금융부담이 크게 낮아지고 출자전환도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는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우선 지난 2년간 누적돼온 이자가 상당부분 탕감되고 이자율도 현 12.5%에서 10% 이하대로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또한 전체 부채(1조2000억원) 가운데 일부만 상환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10년 정도 동결되는 등의 혜택도 받게 된다. 이 회사는 또 부채 약 5000억원 정도는 출자전환되고 그동안 일부 채권단으로부터 당해온 불이익도 해소돼 앞으로는 자금활용의 여지가 많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해태전자는 일부 채권단으로부터 자산을 가압류당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자를 무는 등의 불이익을 당해왔으며 지난 2년간 누적된 이자비용으로 늘어난 부채규모도 무려 40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경과 과정=해태전자는 지난 97년 11월 부도 이후 줄곧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단행해 왔다. 우선 지난해 정상화를 위해 인력을 3600여명에서 1700여명으로 대폭 감축했다. 또 ITS·반도체장비·워크스테이션·NT 등 비수익사업군과 총 350개에 달하는 비수익제품을 정리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출자전환에 대비해 자본금을 기존 667억원에서 66억7000만원으로 90%나 감자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 해태전자의 부도 일지
97.11.1 부도·법정관리 신청
11.29 종금업계 자금지원 결의에 따른 법정관리 신청철회
98.5.22 은행권, 해태 계열 구조조정 단일안 결정(제1차 채권은행 대표자회의)
10.29 출자전환을 위한 자산실사 개시(안건회계법인)
11.20 실사 및 진단결과 협의(제2차 실무위원회)
11.30 출자전환 위한 자산실사 종료
99.2.5 금융기관간 이견발생시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중재에 따르기로 합의(제5차 채권은행 실무운영위원회)
3.31 감자(자본금 667억원에서 66억7000만원으로 감소)
4.1 「인켈」, 오디오부문 브랜드파워 1위 선정(능률협회)
5.24 구조조정 자율적 합의 재추진(채권은행 실무자회의)
8.20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 중재 요청키로 함
9.22 실사 용역기관으로 「한국기업평가주식회사」 선정, 실사 개시
11.12 채권단, 해태전자 정상화 방안 서면결의 실패, 기업구조조정위원회로 결정권 이양
11.29 기업구조조정위원회, 법정관리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