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삼성-LG 막오른 디지털 전쟁 (7.끝)

기업문화 바꾸기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초가을의 상큼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이 기쁜 날, 오늘은 바로 귀하가 이 세상의 주인공입니다. 가족 친지 그리고 동료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는 즐거운 날이 되시기 바라며 앞으로도 귀하에게 더 많은 축복과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LG전자 구자홍 부회장은 지난 9월초부터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맞은 임직원에게 인터넷으로 직접 「축하카드」를 보내고 있어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하루 평균 123명의 국내외 사업장 임직원에게 카드를 발송하고 있다.

 축하카드는 캐릭터의 동영상과 축하메시지로 구성돼 있는데 결혼기념일 카드에는 특히 「귀하가 회사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부인께 특별히 감사드린다」는 배려 깊은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디지털의 생활화와 임직원간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구 부회장은 디지털카드보내기 행사를 시작한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4월부터 본사에 「디지털 LG」팀을 본격 가동하면서 디지털 기업문화로의 대변신에 들어갔다. 각 사업본부별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디지털LG」 추진팀들이 각각 신설되면서 일선 현장에서도 디지털기업문화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국내판매사업부는 일찍부터 디지털에 맞는 기업문화를 완성한다는 목표 아래 단계별로 추진해왔다. 현장미팅을 통해 서류없는 사무실의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연중으로 디지털퀴즈·경진대회를 통해 디지털에 대한 임직원들의 이해를 높였다.

 특히 교육제도도 획일적인 집체교육에서 탈피, 스스로 교육과정을 선택해서 학습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기가 원하는 희망과목에 대해 수강신청에서 최종평가까지 인터넷으로 시행되는 사이버 교육이며 소정과목을 이수하면 이 점수를 인사에 반영하는 「자기주도학습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조직 자체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스피드영업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역별 소사장제」를 도입, 영업 자원운영의 자율권을 갖고 스피드 영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전 임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 및 현장방문을 추진하면서 「디지털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맞는 경영문화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전 임원들을 대상으로 인식의 전환을 위해 실시한 「디지털 포럼」에 이어 구미사업장과 기흥사업장, 수원사업장 등 현장방문을 추진하는 등 디지털문화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지털 조직문화를 창출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디지털시대는 융합을 바탕으로 추세와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적 제품 및 사업이 전개됨으로써 기존 가부장적인 관리위주의 조직문화로 기업의 생존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단아가 인정되는 유동적이고 창의적인 문화와 부서간 자발적인 협조체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조직문화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조직문화는 한마디로 「톱­다운방식」의 조직문화다. 위에서 한마디 하면 그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어서 혁신과 변화에 둔감한 조직문화다.

 지난 12일자 아시아위크지는 『「옙(Yepp)」이라는 MP3 플레이어를 개발한 삼성전자는 독자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사를 통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면서 『「옙」은 소니의 워크맨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없어 이 같은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를 떠난 임원의 얘기는 통렬하다. 삼성전자의 문제점으로 첫째는 내부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 서로 경쟁자로 보고 있어 구성원간에 윈­윈전략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둘째 직원들의 개성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조직이다. 셋째 일등주의를 추구, 엘리트의식이 만연하면서 쓸데없는 권위만 갖는 귀족주의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직 임원은 『삼성에 몸담고 있을 때에는 문제점이 커보이지 않았다』면서 『조직을 떠나니까 이 같은 문제점이 그대로 보여 조직 자체에 근본적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LG전자는 삼성문화와는 정반대다. 전통적으로 인화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답게 도전의식으로 무장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편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너무 정에 얽매여 있다. 이렇다 보니 『삼성과 달리 LG는 사업분야에서 일등을 한 것이 없다』면서 『너무 이등에 안주하고 있다』는 통렬한 비판도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또다른 문제점은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고위관계자의 이야기처럼 삼성과 달리 인재가 부족한 점이다.

 물론 이 같은 지적들은 극단적인 잣대로 평가한 이야기일 수 있다. 현재의 조직문화로 삼성과 LG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두었다. 삼성전자는 25조원의 매출에 3조원의 경상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LG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의 매출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아날로그시대의 문화 가운데서도 일부는 디지털시대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가치를 갖고 있다. 삼성의 인재제일주의와 LG의 인화는 디지털시대에서도 변하지 않을 가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아날로그시대의 조직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두 회사의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실제로 지난 12일자로 발간된 아시아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사업축소 및 인원정리 등 사업구조조정은 만족스럽지만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 점에 불만족스럽다』면서 『앞으로는 관리시스템의 질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