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한국형 하이테크 성공방식

 정보기술이 선도하는 하이테크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들도 세계수준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멀게만 보이던 세계 톱 플레이어의 꿈이 현실화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적어도 몇몇 분야에서만은 우리 기업에서도 이른바 「성공방식(Winning formula)」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만한 경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 정리해 본다면 먼저 기술의 진화궤도가 비교적 예측 가능한 분야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분야에서의 성공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메모리분야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집적도라는 한가지 속성 중심으로 성능향상이 이루어지는, 비교적 명확한 기술혁신 궤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기업들은 목표가 분명히 보이는 메모리분야에 집중적인 자금투자를 통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게임의 법칙을 새로 정립할 수 있었다. 예측 가능한 기술궤도와 자금력의 합집합이 성공방식으로 작용한 것이다.

 두번째로 선진국에 비해 어느 정도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생산원가면에서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때 보다 유리했다는 점이다. 즉 기술과 양산능력이 결합된 제품일수록 세계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이테크 제품의 경우 매우 제한된 하이엔드(High­end)제품에서 출발하여 점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로엔드(Low­end)로 대중화되는 추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중화·양산화되는 시점을 공략하는 경우 성공의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가 된다. 예를 들어 보급형 의료검진장비분야에서 세계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국내 모 중견기업의 경우, 핵심 기술능력에 양산능력을 지렛대로 하여 성공할 수가 있었다. 산업발전 사이클상 양산화 단계에 진입하는 제품에서 일정한 성공을 거둔 후, 확보된 현금으로 기술능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 가는 시나리오는 우리 기업들에는 매우 매력적인 것이다.

 세번째로 이와 같은 양산능력은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 확보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강력한 내수기반은 세계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하이테크 제품이라 하더라도 전세계적인 독점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품질·가격면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흐름을 확보하면서 지속적인 제품개량을 이루어가는 이른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경쟁이 되기 쉽다. 이때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내수기반을 활용하여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조달된 현금으로 지속적인 신세대 제품개발 및 출시시점 경쟁을 벌여야 한다.

 CDMA 표준을 채택한 이동통신단말(휴대폰)제품은 국제표준 등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요건을 충족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여타 선진국보다 표준을 일찍 채택하였다는 이점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내수기반을 활용, 끊임없는 제품 진보화 경쟁을 벌였다. 이 결과 무게·크기·통화품질 등의 면에서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CDMA 표준이 채택된 북미시장 등에서 점유율을 계속적으로 높여가고 있으며,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하이테크 기업의 성공방식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국가경쟁력 특성을 발견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새 세기를 맞아 하이테크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꿈꾸는 기업들은 이와 같은 성공방식들을 참조하여 투자 우선순위를 현명하게 조정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