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UIS사업 유찰 배경.전망

 국내 도시정보시스템(UIS) 프로젝트 사상 최대 규모로 관심을 끌었던 부산시 UIS 입찰이 최종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유찰됐다.

 부산시가 밝힌 유찰의 공식적인 이유는 사업참가 제안서를 제출한 4개 컴소시엄 가운데 자격기준을 통과한 업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에는 국내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LGEDS·삼성SDS·쌍용정보통신·포스데이타 등 4대 대형 업체가 모두 참가했다.

 만약 부산시의 설명대로 이들 업체 모두가 자격기준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면 이번 유찰은 국내 GIS 기술 수준이 그만큼 낙후됐음을 의미하는 「충격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에 따라 최근 SI 업계에서는 이번 유찰의 배경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며 부산시로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입찰 과정 = 이번 부산시 UIS 프로젝트는 상·하수도, 도시계획, 지적, 도로정보 관리 등 UIS 구축에 필요한 모든 하부 인프라 작업을 통합 발주하는 첫 사례인데다 4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UIS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사업 출발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에 부담을 느낀 부산시는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유난히 강조하며 SI 사업자 선정방식으로는 보기 드문 「적격심사제」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참가업체를 대상으로 기술(80%)과 가격(20%)을 종합 평가한 후 여기서 85점 이상을 획득한 업체 가운데 최저가격을 제시한 곳을 최종사업자로 선정한다는 방안이었다.

 즉, 가격 평가에서 예정 가격을 정확히 맞혀 20점 만점을 받는다고 해도 기술 평가에서 최소 65점은 넘어야 본경기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가 수주 경쟁에 나선 4개 컴소시엄을 대상으로 종합평가를 실시한 결과, 참가업체 모두가 기본 자격기준인 85점을 넘지 못함으로써 전체 입찰, 평가 과정 자체가 무효화됐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확대된 것은 LGEDS만이 유일하게 기술평가에서 65점 이상을 획득하고 나머지 3개 업체는 그 이하 점수를 받았다는 기술 평가 결과가 외부에 알려지면서부터다.

 LGEDS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기술평가에서 이미 낙제 점수를 받은 것이다. 여기에 LGEDS마저 예정 가격추산에 실패함으로써 부산시 UIS 수주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업계 주장 = 부산시 UIS 수주전에 참가한 4개 업체들은 한결같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술평가에서 유일하게 65점 이상을 획득하고도 사업 수주에 실패한 LGEDS는 『예정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떨어지게 됐다』며 『입찰 당일 운에 따라 수주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적격 심사제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기술평가에서 65점 이하의 점수를 받음으로써 사업 수주 자체가 원천 봉쇄된 삼성SDS와 쌍용정보통신 등은 『그동안 참가해온 수많은 사업 입찰에서 이번처럼 낮은 기술평가 점수를 받은 적은 없었다』며 『특히 업체별 점수가 4점 이상 벌이지는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평가 결과』라는 주장이다.

 또한 이들 업체는 『이번 입찰을 진행한 심사위원단의 구성과 평가방식에 분명 문제가 있다』며 공정 경쟁을 유도해줄 것을 부산시측에 강력히 요구했다.

 △향후 전망 = 이에 따라 부산시는 조만간 재입찰 공고를 내고 다시 사업자 선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말까지 어떤 형태로든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면 전체 UIS 사업 예산집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부산시로서는 단 하루가 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늦어도 다음주에는 재입찰 공고를 내고 더욱 단축된 일정으로 사업자 선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차 평가에서의 점수 결과와 단축된 일정을 고려할 때 LGEDS와 삼성SDS 등을 포함한 3개 업체 정도만이 재입찰 경쟁에 참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특히 1차 사업자 선정에 실패함으로써 갖가지 소문에 휘말려버린 부산시로서는 재입찰에서 「공정성」 확보가 가장 큰 부담이다.

 이에 따라 『1차 기술 평가에서 낙제점수를 받은 업체가 불과 2∼3주 만에 적격업체로 바뀔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업 수주를 자신하고 있는 LGEDS와 『새로운 심사위원단이 구성돼 공정한 기술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나머지 업체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진행될 부산시 UIS 재입찰에 업계의 관심 모아지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