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캐피털과 대형 인터넷업체가 손잡고 인터넷 분야의 신생 벤처기업을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패밀리가 잇따라 형성되는 것은 인터넷의 독특한 비즈니스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비즈니스의 대표적인 특성은 막대한 초기투자가 필요하지만 일정궤도에 진입하면 투자가 거의 없어짐으로써 이익이 급증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점일 것이다. 따라서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든 인터넷 분야의 벤처기업들로서는 막강한 투자세력의 후원이 절실하고 또 자연스럽게 벤처캐피털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기존 산업과 비교할 때 인터넷비즈니스의 또 하나의 특징은 기존 일반 산업과 달리 몇몇 업체가 과점 또는 완전경쟁을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솔루션(콘텐츠)이 풍부한 대표 사이트로 고객이 집중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1등만이 존재하는 산업이 바로 인터넷산업의 특징인 셈이다.
이는 결국 상대적으로 시장진입 정도가 높은 대형 포털이나 허브사이트와 같은 선발업체들로, 후발업체들이 몰려드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대형 사이트를 중심으로 관련 인터넷업계가 집결할 경우 강력한 세력을 형성함과 동시에 적지않은 마케팅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시장과 사업성을 보고 투자업체를 발굴하는 벤처캐피털로서는 이같은 전략적인 인터넷패밀리 구축이 투자수익을 내는 데도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관리·회계·법률 등 벤처캐피털이 갖고 있는 기존 컨설팅 부문의 네트워크와 대형 포털의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투자기업의 육성에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고 결국 투자기업의 가치제고로 인해 고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일신창투와 데이콤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세력은 데이콤 인터넷 부문의 오랜 경험과 강력한 네트워크, 데이콤의 자회사로 벤처인큐베이션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데이콤인터내셔널이 접목되면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일신-데이콤 인터넷펀드에 출자한 기존 인터넷 분야의 전후방 중견기업들의 측면 지원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모델은 인터넷비즈니스가 도약기를 벗어나 성장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미국만 해도 흔하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클라이너 퍼킨스 등 상당수 미국 벤처캐피털들이 거대한 펀드를 이용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관련성이 높은 인터넷 벤처기업을 조직적으로 끌어들여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거품 및 시기상조 논쟁이 식지 않고 있지만 인터넷의 기술·진화속도를 감안할 때 새 밀레니엄의 최고 유망산업으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문제는 글로벌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의 추이를 고려할 때 범국제적인 인터넷패밀리 구축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 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