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도와 낮은 전력소모, 그리고 저렴한 소재의 장점을 지닌 분자컴퓨팅 세계가 눈앞에 드러나고 있다.
실리콘을 기본으로 한 리소그래피가 아니라 화학적인 공정을 도입해 반복해서 켜고 끌 수 있는 분자컴퓨터 스위치 개념이 최근 고안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논리게이트(Logic gate)는 디지털 언어인 0과 1을 나타내는 데 없어서는 안될 컴퓨터 부품이다.
분자논리소자는 기존 실리콘 고체상 소자들에 비해 제작비용이 거의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형화가 가능해 컴퓨터 성능을 높일 수 있어 실리콘 소자의 비용, 기술상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미국 라이스대학 제임스 투어 교수팀은 분자들을 30㎚ 폭의 분자자기조립배열 구조로 만든 소자에 전압을 걸어 전류가 소자 내에서 한쪽으로만 흐르도록 했을 때 전류는 특정 전압 값이 걸렸을 때에만 흐르고 전압을 더 높여주거나 낮춰주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온/오프 상태에서 흐르는 전류 양의 차이는 1000 대 1로 전형적인 실리콘 소자(50 대 1)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전압을 걸어주었을 때 오프에서 온으로의 빠른 반응은 신호의 안정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활성 전자반응 화합물은 전형적인 실리콘 형태의 트랜지스터들에 비해 100만배 이상 크기가 더 작다.
이 물질은 로직게이트뿐만 아니라 고주파 오실레이터, 믹서 그리고 오디오앰프 등 다양한 컴퓨터 소자 부품으로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분자논리소자들을 1000만개씩 집적해 실용적인 시스템으로 제작하는 큰 과제도 풀렸다. 이로써 5∼10년 내에 분자컴퓨터가 출현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졌다.정창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