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중앙연구소에 근무하는 김 모(35) 선임연구원은 인터넷으로 지난 학기 미국 피닉스대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전공과목은 기술경영. 그는 매일 「가상 강의실」에 접속, E메일을 통해 강의물을 내려 받고 과제를 제출하며 언젠가는 IT분야에서 자신의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회사에 다니면서도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유명 대학 사이버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안방유학」 시대가 열리고 있다. 90년대 초부터 하버드, MIT, 뉴욕대 등 명문대학을 포함한 200여개 대학이 정보통신은 물론 변호사 과정, 항공 조종학 등 300여개 강좌에 「인터넷 원격수업」 과정을 마련해 놓았다. 지난 학기 미국 내 인터넷 대학 학생 수는 50만여명에 이를 정도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사막 도시인 피닉스에 달랑 건물 두동밖에 없는 피닉스대.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지 않지만 이 학교 재학생은 미국 서부와 동부는 물론 세계 21개국에서 만날 수 있다.
피닉스대는 10년 전부터 「온라인 캠퍼스(online.uophx.edu/Default.asp)」를 개설해 학생들에게 재택 수업을 받게 하고 있다. 피닉스대에서 현재 수업하는 학생은 4000명이 넘는다. 실제 피닉스대 캠퍼스엔 단 한번도 가보지 않고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800명에 달한다.
가상공간 속의 온라인 학교지만 아무나 입학할 수는 없다. 피닉스 온라인 대에 입학하려면 나이는 23세 이상이어야 하고 뛰어난 영어실력과 최소한 3년 이상의 직장 경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까다로운 입학시험까지 치러야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이 학교에 입학하려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몰려들고 있다.
피닉스대는 89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온라인 캠퍼스 본부를 처음 세우고 얼굴을 마주보고 공부하는 전통적인 교수법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원격 교수법에 도전했다. 미국 교육계에서조차 처음에는 별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 학교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대학마다 온라인대학 과정을 개설하거나 추진하고 있을 만큼 온라인 캠퍼스가 새로운 교육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캠퍼스의 장점은 일단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해 공부할 수 있다는 것. 미국 대학이 교수 1인당 평균 학생수가 12명이 넘는 수준인데 비해 피닉스 온라인 대학에서는 교수 1인당 9명의 학생이 한 조를 이뤄 인터넷 교실에서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눈다.
피닉스 온라인대 재학생은 돈을 내고 등록하면 93%가 각 코스를 끝까지 마친다. 경영학과 정보통신 부문에만 학위를 제공하고 있는데 입학생의 60%가 졸업을 한다. 학위를 따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도 2.5∼3년으로 실제 캠퍼스가 있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온라인 수업과 토론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실에서는 적극적인 성향의 학생이 주로 발표나 질문을 맡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수업에 어울리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온라인 캠퍼스의 학생은 전자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못하면 바로 학점에 영향을 받는다. 또 얼굴을 마주보지 않으면서 말이 아닌, 생각을 정리한 글로 토론하기 때문에 수업의 참여와 효과가 훨씬 높다는 게 피닉스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 대학에서 자주 강조하는 학생들의 「구두 발표력」을 쉽게 높일 수 없다는 것이 구조적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온라인 캠퍼스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앞으로는 현재 연구중인 영상회의 시스템이나 멀티미디어 통신 교육 수단이 활용되면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피닉스대는 세계에서 가장 학생수가 많고 성공적인 온라인 캠퍼스로 평가받고 있다. 온라인 캠퍼스의 미국 전역 60여개 학습센터와 연계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도와주고 있다.
정식 학위를 주는 미국 피닉스대를 비롯해 세계에는 지금 사이버 캠퍼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 대학 중 5%가 이미 인터넷 캠퍼스 과정을 열고 있고 또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을 준비하고 있는 학교는 전체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 뉴욕 주립대에 소속된 단과 대학인 서니 엠파이어스테이트 칼리지가 운영하는 사이버 캠퍼스(www.esc.edu)는 대학에 직접 다니기 어려운 직장인과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커리큘럼을 다양하게 개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니 칼리지는 또 345명의 박사급 교수진으로 하여금 학생들과의 1 대 1 학습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대학과 뚜렷하게 구별되고 있다.
이에 비해 뉴욕대 가상 캠퍼스(www.nyu.edu)는 정보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16개 학위과정을 개설하는 한편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가상 카페까지 마련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주립대학 교육과정 컨소시엄인 NUDC가 운영하는 사이버 캠퍼스(www.se.edu/deis/NUDC/)도 빠뜨릴 수 없다.
이 학교는 우선 워싱턴·사우스캐롤라이나·미시시피 등 10개 주립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데다가 1000여개 강좌와 수십개의 석·박사 학위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이제 공부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사이버 캠퍼스에 등록,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필요할 경우 석·박사 학위도 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