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300㎜ 웨이퍼 조기 양산 추진

 『국내 반도체업계의 300㎜ 웨이퍼 투자는 언제쯤 이뤄질 것인가.』  프로모스·TSMC 등 대만 반도체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300㎜ 웨이퍼의 생산설비 조기투자를 선언하자 국내 반도체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대만업체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면서 시장상황에 맞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나 일단 양산체제의 준비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즉,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국내업체 반응 =국내 반도체업계는 『300㎜ 웨이퍼 생산에 사용하는 장비의 성능이 검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양산체제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300㎜ 웨이퍼를 만들려면 지금보다 훨씬 고난도의 초미세공정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여기에 걸맞은 새로운 장비도 갖춰야 한다. 문제는 장비의 성능 불안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적의 장비를 찾기 위해 이미 여러번 장비실사를 벌였다. 결론은 아직은 장비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300㎜ 장비채택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보다 기술력이 처지는 대만업체들이 아직 검증도 안된 장비를 가지고 300㎜ 양산체제를 준비하는 것은 거의 모험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장비의 신뢰성이 입증만 된다면 시장상황을 고려해 생산설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전자는 300㎜ 웨이퍼 양산을 당분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새로운 사업준비보다는 200㎜ 웨이퍼의 수율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300㎜ 웨이퍼에 대한 경쟁사들의 투자방향을 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나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신뢰성 높은 장비가 출현할 2001년께나 생산설비를 갖추고 2002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장비개발 어디까지 왔나 =실리콘 웨이퍼를 완성된 반도체로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공정은 노광·에칭·화학기계적연마(CMP)·스퍼터링·기상증착(CVD) 등 중요한 것만 꼽아도 대략 8가지. 이들 공정에 사용하는 장비는 더욱 많다.

 현재 열공정장비 제조업체인 스테아그일렉트로닉시스템스를 포함, 몇몇 장비업체는 300㎜ 웨이퍼용 장비를 개발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또 금속·절연체 도표장비업체인 노벨러스 역시 2000년에 300㎜ 웨이퍼용 장비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도 도처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즐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장비들 사이에 웨이퍼를 이송하는 과정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들어서는 CMP 등 몇몇 공정에서 300㎜ 웨이퍼 도입이 쉽지 않다는 결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대만업체의 조기 양산 가능성 =대만업체들이 300㎜ 웨이퍼에 대한 조기양산을 발표하는 것은 그동안 뒤진 시장점유율을 신규 분야의 개척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투자계획을 발표한 프로모스의 경우 2001년까지 양산체제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모토로라·인피니언·히타치·인텔 등도 투자시점을 늦추는 상황에서 이는 뜻밖의 발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대만업체들은 미국과 일본업체에 비해 파일럿 생산의 경험도 갖고 있지 않으며 기술력도 뒤떨어진다.

 고도의 공정기술을 요구하는 300㎜ 웨이퍼 생산설비를 2년안에 완료하겠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를 들어 국내 업계는 대만업체들의 투자계획 발표가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가관리 등 다른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