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기술도입에 발벗고 나섰다. 올들어 삼성전기·LG전자·대덕전자·심텍 등 주요 PCB업체들이 앞다퉈 외국업체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술도입을 추진중에 있다. 국내 PCB업체의 기술도입은 지난 90년대 중반들어 주춤하다가 최근들어 다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PCB업체들이 선진 외국업체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려는 까닭은 세계 PCB산업 환경이 급격히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공정 기술이 PCB 제조에 급속히 접목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국내 PCB업체들은 외국 원자재·설계업체로부터 관련기술을 이전받으려고 온힘을 쏟다시피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 시스템용 PCB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빌드업기판과 임피던스보드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한 기술도입 움직임도 활발하다』면서 『그러나 국내 PCB업체들의 기술도입형식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종래의 경우 사업의 성패에 관계없이 로열티를 일방적으로 지불하고 기술을 도입했으나 최근들어서는 전략적 제휴 형태의 기술도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
특히 신공법이나 신소재를 개발한 선진 외국업체들이 자사의 PCB 제조공법이나 신물질을 세계 PCB시장에서 산업표준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기술력과 생산설비를 보유한 국내 유명 PCB업체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호하는 것도 전략적 제휴방식의 기술도입이 증가하는 데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또 최근의 기술도입 형식 중 하나는 비공개 조건부 전략적 제휴.
일명 NDA(NonDisclosure Agreement)로 불리는 이 기술도입 방식은 계약 당사자들이 전략적 제휴 관계를 외부에 발설하지 않고 특정 공정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신소재를 활용한 신제품을 양산하는 데 주로 적용하는 일종의 비밀 신사협정이다.
이같은 NDA방식의 기술도입은 특히 반도체 패키지기판 분야에서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패키지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2년동안 외국 반도체 및 설계업체, 신소재업체와 NDA방식의 전략적 제휴를 맺은 사례가 10건을 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선진업체와의 제휴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PCB업체의 한 관계자는 『차세대 PCB 제조공법이나 신물질을 개발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신생 벤처기업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아예 인수하는 방식의 적극적인 기술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첨단 PCB 제조공법과 신소재를 결합해 이름조차 생소한 고부가가치의 PCB를 설계하는 벤처형 PCB 디자인 하우스가 산재해 있다』면서 『이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차세대 PCB 개발에 성공할 경우 황금맥을 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인지도와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PCB사업의 영위가 가능했으나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에는 더이상 이같은 사업 형태는 존립 기반마저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시대로 들어서면서 국내 PCB업체들의 기술도입은 생존을 위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단순히 기술도입에 의존해 첨단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독자적으로 기술개발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영기자 hylee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