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전자·정보통신 기술 교류는 과다한 물류비용, 통신장애, 북한 정보 접근에 대한 어려움, 자금 부족 등 여러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완제품과 부품 위탁가공 교류에 관련된 대북사업에서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제중 하나가 물류비용이다. 현재 서해안쪽으로는 인천-남포 항로가 주된 물류 통로. 20피트 컨테이너 1대당 운임은 편도 1000달러로 비싼 편이다. 통관비 등을 포함하면 컨테이너당 1300달러 가량이 소요된다. 한성선박은 이 수송편을 한달에 평균 3항차 정도 운행하는데 현재 평균 적재율은 40%밖에 안된다.
동해쪽으로는 동룡해운과 연변현통집단이 공동으로 부산과 나진 사이를 월 3회 운항하고 있다. 운임은 20피트당 상행 850달러, 하행 650달러로 서해쪽에 비해 저렴한 편. 평균 적재율도 85%로 높다.
하역설비가 낡아 작업이 힘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다. 남포항에서 평양 등 내륙 공장까지의 도로사정도 열악해 운송시 자재 파손이 우려되고 있다. 2000년 평양∼남포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이 지역의 물류 조건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물류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측의 획기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자·정보통신 분야 대북 경제협력 사업자들은 정부가 기업에 물류비 절반을 지원해준다든지 선박회사에 운행보조비를 지급하는 등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두번째는 자금 문제다. 평양에서 컴퓨터 모니터용 PCB를 위탁가공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우, 월 평균 3000대의 PCB 조립에 드는 비용은 대략 20만달러. 자재 주문과 물류의 어려움 때문에 자금을 회수하는 데는 60일 정도가 걸린다. 여기에다 포장비·인건비·출장비 외에 설비 유지보수와 계측장비 등을 투입하는 데 부담이 뒤따른다. 이외에 설비교육과 품질관리 등을 위한 북한현지 체류비용 등 추가부담이 있다.
그동안 국내 대북 경제협력 사업자들은 우리 정부에 제3국과의 경제관계 때 적용되는 무역금융·해외투자금융 수준 이상의 지원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10월말 대북 경제교류 사업 지원 차원에서 남북협력기금을 대출금리 연 6%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출금리 연 6%는 무역금융 6∼9%, 해외투자금융 8.0%, 시중은행 우대금리 7.4∼11.9%와 비교해 최저 수준.
현재 중소기업이 남북협력기금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분야는 남북경제협력사업, 위탁가공 사업, 단순교역 사업 등이다. 이 가운데 위탁가공 사업의 경우, 원부자재와 시설 반출 자금을 대상으로 한다. 유휴설비를 반출해 위탁가공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 우선지원 대상이 된다. 대출기간은 반출 물자의 종류에 따라 1∼3년이며, 분할, 일시상환 모두 가능하다.
북한사회의 특성상 전화나 팩스 등 통신 제약이나 장애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은 생산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팩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신속하고 원활한 대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밖에 북한 현지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설비와 함께 원·부자재 공급과 북한의 고질적인 에너지 난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북한에서는 또 임가공 공장과 주변 다른 공장의 직접적인 접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장간 업무 협조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북한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의 어려움도 도사리고 있다. 또 정보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그 진위여부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