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프리텔 기획조정실의 홍원표 실장(40)은 원래 통신분야 전문 엔지니어였다. 83년 미국 유학을 떠나 94년까지 벨통신연구소에서 근무했고 한국통신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PCS사업팀에서 기술개발을 이끌어 왔다.
한통프리텔 출범 이후에도 엔지니어로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길을 걸어왔지만 경영자로서의 성공여부는 사실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홍 실장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퀄컴, 캐나다의 CDPQ로부터 총 6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제휴를 이끌어냄으로써 전략기획가로서도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올해 국내 통신업계 뉴스의 대미를 장식한 한통프리텔과 3사의 제휴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MS가 넥스텔사에 6억달러를 투자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또 AT&T와도 50억달러 규모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었지요.』
홍 실장은 조심스럽게 MS에 제휴 의사를 타진했다. 시애틀의 MS 담당자가 비밀리에 한통프리텔을 방문했고 8월 중순 이상철 사장과 홍 실장이 시애틀에 가서 최종 의견조율을 끝냈다. 그리고 2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퀄컴과 CDPQ와의 협상은 오히려 상대가 더 적극적이었다.
힘든 일일수록 끝났을 때 보람은 커진다. 그러나 홍 실장은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빠른 의사결정이었습니다. 담당자들이 소신있게 결정하는 데도 놀랐습니다.』
상하 전달체계에 익숙한 국내기업들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보면서 홍 실장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경영요소 하나를 몸소 터득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체험속의 교훈을 바탕으로 홍 실장은 새로운 작업을 진행중이다. 오늘의 성과에 도취돼 혹 나태해질지도 모르는 회사의 분위기를 사전에 다잡는 일이다.
『현재는 경영혁신 작업을 준비중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공감대를 회사 임직원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통프리텔이 출범하면서 기술책임 이사를 맡아왔던 홍 실장은 98년 전략기획실장에 이어 지난 1월 기획조정실이 확대 개편되면서 아예 경영기획가로 본격적인 변신을 하게 됐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