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리눅스 업체들 한국진출 배경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리눅스 전문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관계자들의 방한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레드햇사 관계자가 최근 국내 협력선을 찾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 데 이어 코렐컴퓨팅그룹의 리눅스 전문 자회사인 레벨.컴(rebel.com)사 사장도 가산전자와 신서버 사업을 공동 전개하기 위해 방한했다.

 중급 서버를 병렬로 연결해 고성능을 낼 수 있는 클러스터링 분야에서 기술을 인정받은 터보리눅스의 관계자 역시 리눅스 기반의 웹 호스팅 서비스로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웹데이터뱅크를 찾아 공동사업을 모색하고 있으며 레드햇, 터보리눅스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칼데라시스템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이사도 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업체, 컨설팅업체 등과 빈번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외국계 리눅스 전문업체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시장 진출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터보리눅스는 이미 일본에 뿌리를 내릴 정도로 사업기반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칼데라시스템스도 후지쯔, 일본IBM 등과 손잡고 리눅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곧 우리나라에 이어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처럼 외국계 리눅스 전문업체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극동 아시아지역 시장개척에 나서는 것은 한국·중국·일본을 잇는 3각 체제가 아시아 태평양지역 시장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풍부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어 사업확대의 발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리눅스 전문업체는 한국이 IMF의 경제쇼크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분야가 정보기술(IT) 산업이며, 한국정부의 육성정책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한국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세계 IT산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는 점도 외국 리눅스업체들의 한국진출 결심에 중요한 작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눅스 기반의 내장형 시스템용 운용체계(OS)를 독자개발한 리니오사의 경우 앞으로 열릴 모빌컴퓨팅 시대에 대비해 IT기술과 단말기 양산능력을 모두 확보하고 있는 국내 업체와 손잡을 경우 한국시장은 물론 세계시장 장악에 유리하다고 보고 국내진출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토종 리눅스 전문업체들의 사업성공도 외국계 리눅스업체들의 국내 진출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리눅스업체들은 여러 가지 공개 소프트웨어를 CD에 담아 배포하는 배포판 위주의 사업에 그쳤으나 독창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무장한 전문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해 리눅스 서버시스템, 리눅스 기반의 웹 호스팅 서비스, 인터넷 포털사이트 운영, 리눅스 전문인력 교육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양화·내실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시장의 성장가능성을 검증한 외국 업체들은 지금이 한국시장 진출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국내 리눅스 산업은 교육·인증·하드웨어·유지보수·솔루션 등의 전 분야에서 국내 업체와 외국 업체들의 시장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당분간 국내시장 자체가 작아 국내외 리눅스업체들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내외 업체들간의 전략적 제휴체결과 선의의 경쟁 등 다양한 활동이 전개될 경우 시장규모를 늘릴 수 있으며 특히 리눅스 사업모델이 확립돼 신생업체의 참여가 늘고 전문인력이 풍부해지면 이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