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제휴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삼보컴퓨터의 e머신스사는 세계 PC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출범 6개월 만에 미국 초저가 부문 소매시장을 석권했으며 PC분야의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도 컴팩컴퓨터, IBM에 못지않을 만큼 높아졌다.
e머신스사는 이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특히 내년 상반기에 국내 현지법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에 진출할 예정이다. 그럼 e머신스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관련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삼보컴퓨터의 전략적 제휴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삼보컴퓨터의 전략적 제휴는 지난해 중순 국내에서는 지명도가 높지는 않지만 세계 모니터 시장에서 톱10에 랭크돼 있는 KDS라는 파트너를 선정해 이와 공동으로 e머신스사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이루어졌다.
KDS는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을 수출에서 올릴 만큼 해외시장 개척 노하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현지 자체 판매망까지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현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업체다. 또 KDS는 PC의 핵심주변기기인 모니터를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모니터 전문업체기도 하다.
삼보로서는 이런 KDS와 전략적 제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삼보컴퓨터는 이와 별도로 국내·해외 20여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안정적인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계약조건은 삼보컴퓨터에서 일정기간 동안 납품을 보장하는 대신 부품업체에서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제품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이 회사가 미국시장에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초저가PC를 수출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삼보컴퓨터는 또 오피스데포, 베스트바이 등 미국 전국 유통망을 지닌 미국 대형 유통업체와 단지 PC를 공급하는 업체수준을 넘어 이들 업체와 공동으로 상품기획을 추진할 만큼 전략적 제휴관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e머신스사가 미국 최대 온라인서비스 업체인 AOL사와 e머신스사의 PC를 구매할 경우 일정기간의 AOL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우통신도 최근 미국시장 공략을 크게 강화하면서 미국 엔포인트사와 현지 판매법인을 공동으로 설립하기로 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9월에 국내 부품공급업체인 BTC정보통신과 공동으로 프랑스에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하는 등 다각적인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PC업체들이 해와 시장개척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전략적 제휴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다른 업체로부터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자는 게 그 목적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PC업체들의 전략적 제휴는 부품·주변기기 공급업체, 현지유통업체와 협력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이 현지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인터넷서비스·통신기기·통신서비스 업체 등 동종업체는 물론 이종 업체까지 제휴관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PC 수출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주장이다.
PC는 이제 단품판매방식으로는 더 이상 수출을 확대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