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과학기술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도입키로 한 과학기술훈장제도가 1년6개월이 다 되도록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훈장제도는 지난해 4월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강창희 장관이 건의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추진해 온 것으로, 과기부는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보고나 국회업무보고 등에 단골메뉴로 추진중임을 밝혀왔다.
또 과총 등 과학기술계도 대정부건의나 과학기술정책토론회에서 과학기술훈장 신설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과학기술훈장제도의 도입이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과기부는 올해 들어서야 한국행정연구원에 과학기술훈장 신설 필요성 및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완료, 이 결과를 토대로 행정자치부에 과학기술훈장 신설을 위한 상훈법 개정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반면 행정자치부는 과기부로부터 과학기술훈장 신설에 대한 요청을 받고서도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기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국과위에서 『과학기술훈장 제정이 늦어진 것에 대해 사과하며 과학기술이 중요한 만큼 내년중에 상훈법을 고쳐 오는 2001년부터 과학기술훈장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보고했다.
현재 상훈법에는 11개 훈장제도가 명시되어 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추진된 과학기술훈장제도가 도입되기까지 무려 3년이 소요되고 있는 셈이다.
무엇이 일을 어렵게 만드는가.
과학기술계는 이번 경우가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한마디로 행정부에 먹혀들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며 과학기술부의 위상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과기부가 의지만 가졌더라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상훈법 개정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며 『과학기술자를 우대하겠다는 과기부가 이 정도면 다른 정부부처가 과학기술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미뤄 짐작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훈장제도의 도입이 과학기술계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에 그동안 행자부와 협의를 가졌으나 11개 훈장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정비와 맞물려 과학기술훈장만 새로 추가하는 것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하고 『행자부 장관이 상훈법 개정을 통해 과학기술훈장제도 도입을 약속한 만큼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이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과학기술 유공자들은 일반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국민훈장이나 산업훈장, 포장 등을 받아왔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