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후반 수출 유망품목으로 부상했다가 이후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급추락했던 국내 PC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새천년 국내산업을 주도할 수출효자 품목으로 급부상했다. 세계 PC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10%에 이르면서 거대 공룡기업이라 할 수 있는 컴팩컴퓨터, IBM 등과 본격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하지만 국내 PC수출은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면에서는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유수한 컴퓨터잡지 최근호에서 『컴팩컴퓨터의 마진율은 전체 금액의 20% 수준에 이르는 반면 한국 PC업체는 이의 절반인 10%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국내 PC업계의 수출이 주로 초저가시장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대당 산술적인 마진금액으로 비교하면 해외 주요업체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출확대와 연결해 이제는 수익성을 겨냥한 실효성 있는 수출전략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PC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PC 수출전략의 최대 목표를 「세계 PC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두었다』며 『이제 그 목표를 부분적으로 달성한 만큼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수출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PC업계는 다행스럽게도 현재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건과 환경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우선 국내 PC업계는 지난해 혹독한 IMF 한파를 거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효율적인 조직을 구축했다.
국내 PC업계는 이를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동시에 고비용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수익성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고비용 구조에서 야기되는 대외경쟁력 약화요인을 제거한 것이다.
이어 그동안 대만업체에 제품 공급주문을 냈던 해외 주요 PC업체들이 최근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국내 PC수출 성장을 밝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HP 등 해외 주요 PC업체들은 대만지진 사태이후 안정적인 PC 공급처 확보를 위해 국내 PC업체와 100만대 규모의 대형 수출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국내 PC업계는 이에 따라 내년에 무려 700만대의 PC 수출을 단행, 세계 PC업계와 손색없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국내 PC업계의 글로벌화한 생산기지와 유통망 체계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국내 PC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경우 미국 e머신스와 일본 소텍에 이어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네덜란드 생산법인, 판매법인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고 중국 생산법인이 준공될 예정이다.
대우통신도 프랑스 생산법인의 양산체제 구축이 완료되는 동시에 현지 유통망 확충에 착수했으며 미국현지 판매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PC 강국 실현」의 꿈은 국내 PC업계의 새천년에 맞는 수출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