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와 인터넷의 만남」
21세기 인류의 삶을 뒤바꿔 놓을 2개의 키워드가 결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도대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최근 고속 무선데이터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소위 IS95B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이동중에도 무려 64Kbps의 속도로 각종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가정에서 PC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경우(모뎀기준) 빨라봐야 56Kbps가 고작인 상황에서 PC가 아닌 이동전화로 64Kbps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이다.
그래서 이동전화는 더 이상 전화이길 거부한다. IS95B가 서비스되는 올 연말부터는 「전화」가 아닌 「휴대정보단말기」로 개념이 완전히 바뀐다.
정보통신제품에 이동성(모빌)을 얹게 되면 그 사용 잠재력은 누구도 점칠 수 없다. 이미 우리는 이동전화에서 그같은 경험을 했다.
이제는 인터넷에 모빌이 입혀졌다. 차 안에서건 거리에서건 이동전화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고 온라인 쇼핑도 가능한 세상이 된 것이다. 인터넷이 지금껏 바꿔놓은 세상보다 훨씬 큰 변화를 몰고 오게 된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IS95B서비스를 위한 망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비록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하겠지만 차츰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단말기업체들 역시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데이터 전송속도를 보장, 유지하고 절전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통화대기 시간이 7박 8일에 이르는 MSM3000 칩을 탑재한 단말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신제품은 무선데이터에 적합하도록 자체에 웹 브라우저를 내장했고 디스플레이도 기존 음성통화 전용제품보다 훨씬 커졌다. 음성전화는 기본이고 인터넷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동전화와 인터넷의 조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빌 게이츠의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천재로 잘못 알려진(사실은 마케팅의 천재) 빌 게이츠가 일반인들과 차별되는 유일한 특징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다.
그런 빌 게이츠가 지난 10월 스위스에서 앞으로 MS의 모든 역량을 「무선」에 집중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무선데이터 접속규격부터 단말기까지를 아우르는 스팅거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이다. 빌 게이츠의 시각이 옳다면 이동전화와 인터넷의 결합은 21세기 정보통신 혁명의 총아로 떠오를 것이다.
모빌 인터넷과 관련, 흥미로운 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상용화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라는 점이다. 어찌보면 이동전화 선진국을 겨냥한 몸짓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업자들의 경영전략, 즉 수익성 제고라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
국내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엄청난 초기 투자비와 과다한 단말기 보조금으로 수익성이 매우 떨어진다. 사업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통화요금이 많아야 하고 기존의 음성전화로는 재미를 볼 수 없다.
가장 적절한 대응은 역시 데이터통신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동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기본 4∼5분은 통화중이다. 평균 1분 정도인 음성통화에 비해 요금 수입이 몇 배로 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이동전화사업자들은 고속 무선데이터 서비스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