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부품산업 인프라 급하다

 새 천년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1997년 말에 불어닥친 IMF 한파로 인해 우리는 국가신용도 하락과 대량실업, 나아가 한달에 1400여개의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가동률 역시 65%로 떨어지는, 실로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지난해 말을 고비로 국가와 국민 모두의 혼신의 노력에 힘입어 고비는 넘겼다. 올해는 채무국에서 순채권국으로, IMF체제 불과 2년 만에 국내총생산(GDP) 9%의 성장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6%의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지난 11월에 우리의 경쟁국인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가입하게 됨으로써 우리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값싼 인건비와 대량생산구조를 지닌 중국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에 치명타를 입힐 확률이 높다. 이러한 대외, 특히 경쟁국간의 가격·기술력을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중소 부품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IMF체제 이후 규모의 특성상 대다수 중소 부품업체는 독자적이고 세계수준의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흔치 않다. 그래서 외환불안·오일쇼크 등 세계경제가 충격을 받을 때마다 우리나라 중소 부품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전자부품산업은 기술·인력·자금 등 열악한 여건으로 자체 기술력 배양능력 취약과 후발 개도국 추격으로 날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중소 전자부품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첫째, 전자부품 중소업체의 자생기반 확충이 필요하다. 조립 대기업과 중소 부품업체간의 종속적·수직적 거래관계를 개선하여 수평적·동반자적 협력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기술개발 인프라의 확충이다. 기존 인프라 운영을 효율화하고 부족한 기초인프라를 대폭 확충하여 부품산업의 항구적 기술혁신 역량강화에 힘써야 한다.

 셋째, 세계시장 조기진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차세대 유망 전자부품을 발굴, 개발에서부터 생산·판매까지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부품업체의 전문화 및 대형화를 유도해야 한다. 조립대기업들의 M&A로 인한 중소 부품업체들의 동반조정이 예상되므로 부품업체의 전문화·대형화를 이룩해야 한다.

 다섯째, 세계시장 대응을 위한 부품전문·수출업체를 집중 육성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세계시장 적극 개척을 위한 자금, 해외인증 획득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여섯째, 범국가 차원의 정부·학계·연구소 등이 협력한 통합지원 시스템 운영으로 중소기업들의 기여도 개선 및 가칭 기술정보교류센터를 설치, 개발기술의 중소기업 이전 촉진을 활성화해야 한다.

 일곱째, 국산화 대상 자동화 제조장비 및 부품에 대한 관세경감 확대, 중소기업 전문인력 지원방안 등 중소 부품업체 경쟁력 향상을 위한 각종 제도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기업경영 경쟁력 제고를 이룩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 중소 전자부품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경쟁력 확보다. 5년 이내에 전자핵심부품의 기술자립기반 구축은 우리 기술과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10년 이내에 고부가가치 첨단부품의 세계적인 공급기지로 각광받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 인프라 구축사업을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되겠다.

김춘호 전자부품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