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전자산업 총결산>

 올해는 국내 전자산업계가 IMF라는 경제대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한 해였다.

 이처럼 전자업계가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저금리·저물가·환율안정 등 경제 안정이 큰 힘이 됐으며 아울러 엔화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회복과 미국·일본·아시아 등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이 빠르게 회복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뿐 아니라 반도체·휴대폰·LCD·PC 등 정보통신 부문,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인터넷 부문이 새로운 고도 주력제품으로 등장하고 디지털 가전의 비중확대와 벤처·중소기업의 수출증가 등 전자산업의 빠른 회복이 IMF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전자산업진흥회 박재인 상무는 『올들어 우리의 전자산업이 빠르게 회복된 것은 주력 수출품목인 PC는 물론이고 LCD와 휴대폰이 새롭게 수출주력군에 편입됐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신시장 개척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9월말 현재 전자산업의 총생산규모는 53조19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8% 증가했고 수출은 지난해보다 28.4% 늘어난 359억1200만달러를 달성했다. 내수시장도 전년 동기대비 26.8% 증가한 40조4200억원이었다.

 이는 IMF로 위축됐던 민간소비심리 회복이 가전제품의 수요증가로 이어졌고, 세계시장 호전과 정보사회 확산으로 PC·LCD·휴대폰 등이 새로운 수출 주력제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와 LCD 등 수출 주력품목의 제값받기는 우리 전자산업이 고도화·집약화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로 향후 시장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반면 수입은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9월까지 227억7000만달러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42.7% 늘어나는 등 97년 이전의 수입규모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수입증가 추세는 국내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용 원자재 수입 증가와 외환위기과정에서 부진했던 설비투자 확대 등 우리 수입구조상 불가피한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전자산업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성장률에서는 PC와 LCD, 휴대폰 등이 높았다.

 반도체는 10월말 현재 메모리시장 확대로 154억3300만달러 어치를 수출, 전년동기 대비 13.6% 늘어났으며 PC는 보급형 제품의 미국시장 공략이 예상 밖의 성과를 올림에 따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8.6% 증가한 13억4400만달러를 수출했다.

 LCD는 유럽과 아시아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20억9100만달러 어치를 수출, 171.9%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휴대폰은 전년대비 164.1% 늘어난 28억6500만달러를 수출하면서 모토롤러를 제치고 아시아시장에서 수위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HDD(25.8%)와 테이프(15.5%) 그리고 해외 현지생산을 확대해 온 TV(6.7%) 등은 지난해보다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일본·동남아시아 등 빅3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중국과 중남미 수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수출은 10월까지 113억36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에 비해 34.6% 증가했으며 동남아시아는 68억4600만달러로 21.6%, 일본은 39억7400만달러로 54.8%, 중국은 18억200만달러로 74.9%, 중남미는 19억4900만달러로 30.8% 증가했다.

 반면 동구권은 이 지역 수출에 주력해 온 대우의 수출부진과 강·온건파들의 내분 등으로 지난해보다 35.2% 줄어든 3억7300만달러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전자산업진흥회는 국내 전자산업의 생산규모가 연말까지 78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5%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33.1% 증가한 5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수시장은 53조98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7% 늘어나고 수입는 전년동기 대비 38.2% 증가한 30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자산업이 우리경제의 주도산업으로서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의 빠른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의 글로벌 경영활동이 확산되고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패턴의 무역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을 중시, 신제품 개발과 수출 패러다임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90년대 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지역경제의 블록화 및 블록내 교역에 대비, 이들 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다단계 수출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 우리 전자산업계도 가격경쟁력이 좌우하는 범용제품 수출위주에서 탈피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거는 새로운 수출 주도품목을 발굴·육성해야 한다. 아울러 첨단 고급기술이 내재된 부품과 소재산업에도 주력해야 한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