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산업전자와 디지털 제어기술

임계영 LG산전 중앙연구소장

 인터넷·정보기술(IT)·디지털은 21세기를 눈앞에 둔 요즘 모든 산업분야의 관심이 집중되는 공통 화두다. 산업용 전기전자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전반의 기술진보와 내장형(일명 임베디드 시스템) 기술도입 등에 힘입어 산업전자 관련제품들도 이제는 소형 디지털제어기에 모든 기능을 갖출 정도가 됐다. 캐비닛 모양의 커다란 랙으로 연상되던 자동화시스템의 얼굴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의 한 홈페이지(http://wearables.stanford.edu/)에는 성냥갑만한 크기의 내장형 웹서버를 소개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컴퓨터를 다루는 전문가들도 아직은 웹서버하면 데스크톱 이상의 외형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내장형 기술의 발달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든 전기전자제품의 휴대형」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는 PCS 크기의 웹서버를 개인이 지참하고 다니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 될 것이며 전자회로가 내장된 기기나 웬만한 가정용 제품도 인터넷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내장형 칩기술의 발달은 컴퓨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 최근 외국의 한 논문은 「지난해 생산·판매된 컴퓨터칩 가운데 PC·슈퍼컴퓨터용 제품은 전체의 1% 미만에 불과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내장형 컴퓨터칩은 이미 TV·VCR·냉장고·CD플레이어 등 가전제품을 통해 일상에 파고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산업용 전기전자분야는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최근 판매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라스 자동차에는 63개, BMW 7시리즈에는 65개의 마이크로컨트롤러가 각각 내장돼 있다. 이 칩들은 상호 네트워크 통신을 통해 각종 자동화 기능을 구현한다. 예를 들면 에어백이 작동하면 원격 고장진단시스템과 통신, 고장난 자동차의 위치를 알려주게 된다.

 내장형 칩과 네트워크 기능은 이처럼 산업용 전기전자분야에서 이미 상당히 진척된 기술흐름이 됐다. 지금은 네트워크상에서 제품을 진단하고 원격수리할 수 있는 원격정비시스템이 개발돼 일부 상용화가 진행중이며 컴퓨터바이러스나 해킹 등에 대비한 시스템 보완이 숙제로 남아 있다. 원격정비시스템은 산업용으로 정착된 후 앞으로 가정용에서도 적용이 확산될 전망이다.

 내장형 칩과 네트워크 기술이 산업용 전기전자분야의 HW 측면이라면 이제 SW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컴퓨터 운용체계(OS)의 변화다. 지금까지는 내장형 시스템에서도 일반인에게 익숙한 윈도CE가 일반적으로 채택돼 왔다. 그러나 다양한 내장형 시스템에 사용되는 개별 OS에 대해 일일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과 소스코드의 비공개로 인한 기술적 한계는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산업용 전기전자분야에서도 개방형 OS인 리눅스의 활용이 급격히 진전되고 있다. SW분야에서 감지되는 또 하나의 흐름은 프로그램 방법론의 변화다. 최근 들어 SW엔지니어링 기술의 발달로 일반인도 스스로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컴퓨터칩 및 실시간 프로그래밍 기술을 가진 고급 엔지니어들이 아닌 사용자들도 각종 제어SW를 자신의 요구에 맞게 작성하고 시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이같은 SW기술은 내장형 컴퓨터칩의 도입을 기점으로 향후 더욱 크고 복잡한 산업용 시스템으로 적용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SW엔지니어링 분야에도 자동화 바람이 불면 지금의 SW산업은 그 지평을 혁명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