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엔티텔레콤·아이소프트·사이버다임·제이텔·타프시스템·평창하이테크산업·하우리. 요즘 잘 나가는 벤처기업들이다. 그러나 벤처 외에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모두 에인절클럽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낸 기업이라는 것이다.
현재 에인절클럽의 투자를 받았거나 진행 중인 기업은 80여개. 투자금액만도 6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97년 한해 동안의 에인절 투자금이 10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했을 때 에인절투자는 국내 벤처의 풀뿌리 자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에인절투자의 주축이 되고 있는 에인절클럽은 97년 5월 국내 최초로 무한엔젤클럽이 결성된 이래 현재 2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이 중 활발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13개 정도.
최근에는 지방에서도 에인절클럽 결성이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대구·대전·충북·부산·경기 지방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 강원·인천에서 2개의 에인절클럽이 결성됐다. 지방 에인절클럽들은 서울지역의 벤처기업에 비해 자금확보에 훨씬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벤처업체들에 새로운 투자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인절클럽은 일반적으로 창업 또는 성장초기의 벤처업체를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생 벤처기업에 에인절클럽은 말 그대로 「천사」로 표현되곤 한다. 담보나 신용없이 은행 등의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에인절클럽은 참신한 사업아이템과 기술력만 있으면 투자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심사과정을 거치는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털과는 달리 에인절클럽은 신속하고 유연한 투자의사 결정으로 빠르게 자금을 벤처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서울엔젤클럽의 백중기 사무국장은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하는데 평균 6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에인절자금을 지원 받는 데는 투자설명회를 거쳐 투자종료에 이르기까지 평균 2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업 투명성 제고에도 에인절클럽은 독특한 역할을 한다. 에인절클럽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벤처기업들은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경영실적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벤처경영인들은 이러한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를 위한 경영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한다. 즉 에인절투자는 외형 위주의 경영이 아니라 내실 위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는 에인절클럽이지만 에인절투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정착되지 않아 일어나는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곳 저곳의 벤처기업에 무작위로 묻지마식 투자를 한다든가, 투자한 업체에 무리한 기업공개(IPO)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일부 에인절들의 투기적인 성향에 동조한 몇몇 에인절클럽이 벤처기업의 정확한 평가를 거치지 않고 수익만을 위해 실제로 벤처로 보기 힘든 업체에 투자를 유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법률가·행정가·기업가 등 에인절클럽 내부의 전문가집단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에인절클럽들은 투자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투자한 업체의 경영 및 마케팅자문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전문가 집단들이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21엔젤클럽의 신형강 회장(한국사이버페이먼트 사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에인절클럽마다 회계·재무·마케팅·영업·법·세무 등의 부문에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 종합적인 경영지원을 해주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에인절클럽간의 네트워크화를 먼저 일궈내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이 경우 벤처기업 투자에 클럽간 상호보완성을 갖출 수 있고 에인절과 벤처정보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긴다. 또 정부에 적극적으로 에인절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벤처지원을 융자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월평균 창업하는 벤처기업이 300여개에 달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공적 자금이나 벤처캐피털만으로는 벤처기업의 사업 초기 자금을 충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에인절클럽을 먼저 꼽는다. 시중의 유휴자금을 에인절클럽을 통해 벤처지원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집단의 체계적인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국내의 벤처들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아메리카온라인·야후·e베이 등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에도 바로 에인절클럽의 활성화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