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절은 말그대로 천사자본가. 원래는 미국 브로드웨이의 공연후원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신생업체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해주는 개인투자가를 에인절이라 부른다.
보통 에인절들은 은퇴한 경영자나 변호사, 컨설턴트, 대학교수, 회계사처럼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은 학연이나 지연, 또는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클럽을 결성한다. 클럽이라고 해서 이익을 함께 나눈다는 뜻은 아니다. 유망 벤처를 골라내기 위한 정보교환의 장으로 활용할 뿐이다. 결국 손해도 이익도 개인의 몫이다.
에인절과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다르다. 에인절은 주로 설립 3년 이내의 신생업체들에 초기자금을 대준다. 아이디어나 사업성만 보고 투자를 하는 것. 반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어느 정도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범위도 설립 후 14년까지 가능하다. 물론 요즘엔 이런 공식도 깨졌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벤처캐피털 자금이 신생업체로도 몰리고 있는 것. 그러나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만나기 전에 먼저 에인절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벤처업체에 에인절은 대개 이름처럼 천사자본가로 생각된다. 그러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상반된 이미지를 갖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정신적 지주, 즉 「멘터(Mentor)」라 부른다. 하지만 벌처(Vulture) 캐피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약한 자를 희생시키는 욕심많은 대머리 수리라는 뜻이다.
에인절과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투자가 성공하면 떼돈을 벌 수 있고 아니면 손해를 본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흙 속에서 진주를 건져내는 안목이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 대표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로는 실리콘밸리의 지도를 그린 투자가로 존경받는 비노드 크호스라, 슈퍼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불리는 존 도어, 야후의 성공을 만든 보이지 않는 손 마이클 모리츠 등이 있다. 국내에는 연병선(한국 IT벤처 사장), 이인규(무한기술투자 사장), 서갑수(한국기술투자 사장), 장만준( LG 창업투자 상무) 등이 잘 알려진 인물. 반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 짐 클라크 실리콘그래픽스 설립자 등은 대표적인 에인절들이다. 국내에는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 조대연 무한엔젤클럽회장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