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MF 경제체제 영향으로 급격한 성장률 감소를 경험한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올들어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한계사업 정리와 핵심 분야에 대한 역량집중, 영업·마케팅 능력 강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SW업계는 총매출액 5조3370억원으로 92년 이후 가장 낮은 6.6%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98년 매출액의 61%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져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 대비 24%의 매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98년 이전의 40%대 고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IMF 이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해 5.2%의 극히 저조한 성장률을 보였던 패키지 SW 분야의 경우 올해는 불법복제 단속과 정부의 시장확대 정책에 힘입어 35%의 높은 성장률을 회복하면서 1조726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또 서비스 관련 분야의 경우 단위별 시스템 서비스 및 수탁개발을 포함한 시스템통합(SI) 관련 부문이 20.3% 성장한 4조8250억원,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 부문이 40% 성장한 658억원의 매출을 각각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시장 성장을 반영해 SW 사업자도 신고업체를 기준으로 지난 10월말 현재 2046개사에 달해 지난해 전체 신고업체 수 1733개사에 비해 18%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사업자 수는 연말까지 2500개를 넘어서 전년대비 44%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부문별 SW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면 그룹웨어 부문에서는 국산제품이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로터스코리아, 한국노벨 등 외국계 업체들이 본사에서 개발한 제품을 국내 상황에 맞게 대폭 수정하거나 시스템 공급업체와 제휴해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부문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이했다. IMF 한파에서 간신히 여유를 찾은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ERP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제조·유통·서비스·통신 등 분야별 산업을 주도하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ERP 도입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확장 ERP 등장은 이 분야 올해 최대 특징으로 꼽힌다. 기존 ERP가 기업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이었다면 확장ERP는 기업체의 대외 업무를 효율화·최적화하는 솔루션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활발한 ERP 도입에 힘입어 국내 ERP시장은 지난해 1188억원에서 올해에는 1864억원으로 전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며 ERP가 국내 전체 SW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2.23%에서 올해에는 3.15%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지금까지 ERP를 도입한 국내 기업들도 지난해 235군데에서 올해에는 600군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RP, CRM 등의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이에 수반되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수요도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해 이를 마케팅과 영업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 시장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종전처럼 단순히 정보를 입력해 이를 체계적으로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입력된 정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이를 즉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내 DBMS 및 DW 시장규모는 공급업체들이 매출을 기피하고 있어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지난해보다 3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각광받은 또 다른 분야는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SMS). 정보시스템을 대거 구축한 기업들이 자사의 전산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SMS를 잇따라 도입한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부분적인 전산장애를 관리하기 위해 네트워크관리소프트웨어(NMS) 차원의 솔루션을 도입했으나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베이스 및 저장장치 등 기업용 전산시스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SMS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SMS 시장규모는 SW라이선스와 컨설팅, 서비스 부문을 포함해 400억∼500억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식관리(KM) 분야는 IMF의 혹독한 시련을 겪은 국내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는 선진국 기업들의 경영형태를 따르면서 올해 고성장을 구가했다.
주요 공급업체들이 다양한 KM솔루션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시장점유율 경쟁을 펼친 가운데 시장규모도 지난해 400억원에서 올해 700억원으로 약 7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용 SW의 경우 문서작성 SW 부문에서는 아래아한글과 MS워드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개인 시장에서는 아래아한글이, 기업 시장에서는 MS워드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훈민정음이 틈새시장을 차지하는 형세를 보였다.
워드프로세서와 함께 개인용 SW 부문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제품인 바이러스 백신과 통신용 SW가 불법복제 단속의 영향으로 올해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특히 국내의 대표적인 백신업체인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는 이같은 시장 환경의 영향을 톡톡히 받아 올해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등 주요업체의 매출액이 전반적으로 크게 늘었다.
컴퓨터 관련 서비스 부문의 경우도 시스템통합(SI) 시장이 IMF 이후 얼어붙었던 국내 기업들의 정보기술(IT) 투자가 재개되면서 예년 수준을 뛰어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SI관련 분야는 지난해 4조원보다 20% 이상 증가한 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SI관련 분야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올해 정부가 국가경쟁력 확보와 경기부양을 위해 정보화 투자예산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1조3700억원 수준으로 잡고 이를 조기 집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아웃소싱 시장과 신공항, 신항만, 고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장, 그리고 국방, 의료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투자확대가 본격화하면서 SI시장 확대를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SI시장이 활황세를 나타내면서 올해 국내 주요 SI 업체 대부분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S가 SI업체로는 처음 1조원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현대정보기술(HIT)과 LGEDS시스템도 처음으로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 SKC&C와 쌍용정보통신이 각각 3500억원과 3100억원의 매출 달성이 예상되며 한전정보네트웍(2600억원)과 대우정보시스템(2400억원)도 올해 처음으로 20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컴퓨터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