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활황장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활동중인 외국계 정보기술(IT)업체들의 코스닥시장 진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코스닥증권시장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활황장세를 타고 거래소와 맞먹는 규모의 증권거래시장으로 발돋움한 코스닥증권시장이 장외거래 종목을 대거 코스닥시장으로 편입한 데 이어 한국오라클·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코리아·야후코리아 등 국내 현지법인을 대상으로 코스닥시장 등록을 전제로 한 접촉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코스닥증권시장과 증권업협회는 이를 위해 현재 관련법령 및 규정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은 국내 증시에 주권만을 상장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며 코스닥증권시장 운영규정상으로는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이 가능하지만 실제 등록된 외국기업은 한 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현재 DR를 발행하거나 원주를 직접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중』이라며 『이를 계기로 내년에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외국기업부」를 시장 소속기업부로 이전, 본격적으로 외국계 기업의 코스닥시장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어느 외국계 기업이 먼저 코스닥시장에 진입할 것인가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코스닥증권시장이 접촉 대상으로 꼽고 있는 외국계 기업은 정보통신·반도체·인터넷 등 국내 토착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중견기업이 대부분. 한국IBM·한국HP·한국컴팩·한국후지쯔 등 매출 1조원대(한국내 부품구매 물량 포함)에 육박하는 중견기업이 대상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오라클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TI코리아·야후코리아 등도 유력업체로 꼽히고 있다.
야후의 경우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최고의 황제주로 군림하고 있는데다 인터넷 포털서비스 분야의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야후코리아의 코스닥시장 진입은 코스닥시장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염진섭 야후코리아 사장은 『내년중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거래소 2부시장 진입도 고려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2000년 1월까지는 최고재무경영자(CFO)를 영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오라클은 코스닥시장 등록에 대한 결정권이 본사에 있기 때문에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내재돼 있다는 반응이다.
세계적인 반도체칩·산업전자장비 생산업체인 TI코리아는 코스닥증권시장의 우선 유치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손용석 TI코리아 사장은 『코스닥 등록 후 예상되는 득실을 놓고 그동안 심각하게 검토했으나 등록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는 굳이 국내 증시에 기업을 공개하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해 당장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컴퓨터시스템 공급업체인 한국HP는 매출이 1조원 규모에 육박하고 있는 기업으로 코스닥증권시장으로부터 「뜨거운 구애」의 눈길을 받았던 업체 중 하나. 정경원 한국HP 이사는 『IBM이나 오라클의 경우 외국법인이 일본증시에 상장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HP는 전세계 어느 지사도 현지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적이 없어 한국에서만 특별히 코스닥에 등록한다는 것은 어렵다』며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코스닥 등록이 꼭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시왕 코스닥증권시장 전무는 『현재 세계 증시는 글로벌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며 『코스닥증권시장의 이같은 행보는 꼭 거래소시장을 의식한 것은 아니며 세계증시 통합환경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외국계 기업이라도 우량기업이라면 유치하겠다는 적극적이고도 개방적인 목표를 갖고 대상기업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