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꼭 10년 전인 89년 12월. 경북대 컴퓨터동아리 하늘소 회원들은 한글처리 기능을 내장한 통신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이야기」란 이름으로 공개했다. 대구의 지역통신서비스였던 「달구벌」이 동시 사용자 8명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기능 향상을 거듭하면서 「이야기」는 90년대 들어 워드프로세서 「한글」과 함께 대표적인 국산 소프트웨어의 첫손에 꼽혀왔고 PC통신 역사를 앞장서 이끌어온 주역이었다. PC통신 하면 바로 「이야기」가 연상될 정도였다.
『첫 버전을 만들었을 때 반응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그저 재미로 만든 소프트웨어였으니까요.』 당시 하늘소 회원으로 「이야기」 개발의 주역이었던 큰사람컴퓨터의 이영상 사장(31)은 3.0 버전이 나오고 하이텔, 천리안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이야기 신화는 시작됐다고 기억한다.
졸업반 시절 「이야기 5.3」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책으로 만들었는데 이른바 대박이 터졌다. 『당시 2만원에 가까운 고가였는데 7만부 정도가 팔렸습니다.』 여기서 나온 인세 3000만원을 들고 이야기 개발주역들은 큰사람을 설립했다.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지금은 주변에서 중견기업이라고 하더군요.』 이 사장은 마치 어제일처럼 당시를 회고하며 멋쩍어했다. 그러나 지나온 10년을 뒤로 하고 새천년에 대한 구상을 밝히는 모습에서는 어느덧 중견의 모습이 엿보인다.
이 사장은 스스로 「20세기 마지막 통신소프트웨어」라는 「인터넷 이야기 2000」의 개발을 완료하고 17일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야기 개발 10년을 결산하는 제품이 될 「이야기 2000」에는 통신소프트웨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기능이 담겨 있다고 자신했다.
2000년부터는 해외시장에서의 본격적인 승부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98년부터 새너제이의 지사에 핵심 엔지니어들을 파견, 시장을 파악하면서 야심작을 개발해왔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현재 2종이 개발 완료단계이며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제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그의 얼굴은 상당한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이었다.
한때 견디기 힘들 정도의 시련속에서 더욱 성숙해진 큰사람의 저력이 2000년 시작과 함께 어떻게 발휘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