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에 남보다 더 잘 살려면 우체국을 사라.」
이 엉뚱한 제안은 로이터통신이 최근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10년 뒤 사람들의 생활, 일 그리고 돈을 버는 법」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나온 조언 중 하나다.
물론 우체국은 국가 기관이기 때문에 매매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런던의 선물중개 회사인 지엔아이(GNI)의 피터 오슬러씨가 낸 이 조언에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등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신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혜안이 담겨져 있다.
경제학 박사인 오슬러씨의 제안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전자상거래 관련 회사의 주식을 모두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우체국을 사라』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앞으로 인터넷 시대를 맞아 우체국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2010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쉽게 인터넷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저장해 놓고, 듣고 싶을 때에는 언제든지 들을 수 있지만 크리스마스 때 먹는 칠면조까지 웹사이트를 통해 내려 받을(다운로드) 수는 없을 것이라는 데 착안한 발상이다.
전세계 기업체와 신문·방송사 등에 뉴스를 공급하고 있는 로이터의 핵심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의해 실시된 이번 조사는 앞으로 10년 동안 성공할 사업과 실패할 사업이 무엇인지 전망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로이터는 이를 위해 평상시에 국내 총생산(GDP)과 환율, 주가분석 등의 일에 종사하는 경제 전문가들에게 이번만은 특별히 미래에 관한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주문했다.
그 결과를 종합하면 『기계가 사람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기술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DG뱅크의 한 경제학자는 『무엇보다도 새 천년에는 보다 단순화된 통신 수단이 등장하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DG뱅크의 다른 분석가는 『컴퓨터 운용체계가 다르다는 한가지 이유 때문에 서류 한 장을 팩스로 보낸 후에, 같은 내용을 회사 전산망과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도 올려야 하는 「왕」 짜증은 제발 끝났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들의 희망은 우리도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누구라도 이 문제만 해결하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또 일의 변화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앞으로 재택 근무가 더욱 늘어나겠지만, 사무실 생활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여기에서 한가지 예외는 기자와 증권분석가, 연구원 등 정보를 다루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로 앞으로 일과 여가 시간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근무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또 만약 (재택 근무가 시행되어) 집에서 하루종일 지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응답자들은 이와 관련 『앞으로 일과 휴식의 구분이 없어지면 오후 5시 이후에도 전화 코드를 빼놓을 수 없고 또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전자우편을 무시해 버릴 수도 없을 것』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고용주도 근로자의 자택근무가 환영할 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뉴욕의 도쿄 미쓰비시 은행의 크리스 럽키 부사장은 『직원들은 감시하지 않으면 게을러지게 마련이다』라고 노골적으로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제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늘어나는 고령인구로 인해 새 천년에는 조기 퇴직은 꿈도 못 꿀 일이 될 것 같다. 실제로 몇몇 전문가들에 따르면 퇴직 연령이 70세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이것이 꼭 고령이 될 때까지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일과 시간을 선택하는 제도를 시행한다면, 퇴직연령도 노·사가 협의해 결정하는 「선택 퇴직」도 못한다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페데아 대학의 호세 헬스 교수는 『앞으로 「부분·선택」 퇴직이 실시되면 나이 많은 근로자들이 현재보다 오히려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