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제조·유통과 관련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들이 상사를 전자상거래사업 강화를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의도는 상사가 그룹의 종합적인 전자상거래의 모델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사는 국내외에 막강한 유통망을 지니고 있고 상품이나 부품, 원자재를 조달하는 창구를 전세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핵심이 조달망과 판매망 등 2개지를 온라인화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상사만큼 오프라인의 사업구조를 온라인화시키는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배경은 상사의 조직구조나 영업구조가 매우 유연하기 때문에 기존 사업구조를 온라인화하면서 발생할지 모르는 내부의 반발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데 있다.
의미
주요 그룹들이 전자상거래사업 강화를 위해 상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상사는 그룹을 막론하고 기존 오프라인 거래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룹의 종합상사들은 다양한 제조업종의 계열사들이 생산한 제품이나 상품을 판매하는 주요 창구역할을 담당해 왔다. 때문에 이들 상사가 온라인을 통해 그룹의 주요 제품들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 관련 제조업종 계열사까지도 자연스레 온라인 거래가 확대되는 셈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온라인 판매망을 조기확보하려는 데 있다. 주요 그룹들은 사실 조달부문의 온라인화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우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원자재와 부품을 조달하는 것은 아웃소싱의 효과를 극대화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기업의 수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모든 기업들은 온라인 상에서 오프라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판매망이 미약하다. 이미 선발 벤처기업들이 온라인 판매망을 선점하고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미국의 유수 오프라인업체들은 야후·아마존·AOL·엑사이트엣홈과 같은 온라인기업들과 제휴해 이들의 온라인 판매망을 빌려 판매루트를 확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여주고 있다.
국내 그룹들은 국내 온라인업체들이 아직 미국 업체들만큼 막강한 판매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사를 통해 온라인 판매망을 조기에 확보,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속셈이다.
전망
내년부터 주요 그룹들이 상사들을 내세워 온라인 판매망 확보에 적극 나설 경우 국내 인터넷산업은 초유의 대격변이 일어날 전망이다.
인터넷 벤처기업들은 대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사전에 인지하고 벌써부터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온라인 판매망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업체들은 아직까지도 오프라인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온라인 판매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생존의 기로에 선 치열한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할 운명이다.
그러나 그룹들이 추구하는 온라인 판매망은 인터넷 벤처기업들과는 일정 정도 차별화되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나 시너지 효과를 노린 대기업들과 벤처업체들간 동맹이나 제휴, M&A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룹들의 전자상거래사업 강화는 국내 인터넷 벤처업체들에 하나의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경우 온라인상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게 되며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업체는 대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생존력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