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문화산업 총결산> "浮沈" 거듭.. 위기일발에서 기사회생

 올해 영상산업은 부침이 매우 심했다. 대기업들의 철수로 큰 위기를 맞는가 싶더니 쉬리의 성공에 힘입어 숨을 다시 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 테이프 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반면 게임분야는 스타크래프트와 온라인 게임의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으며 초반기 침체현상을 보였던 업소용 아케이드게임기 시장은 DDR와 음악 시뮬레이션 게임기의 등장으로 상황이 반전되기도 했다. 방송은 IMF의 긴터널을 빠져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경영위기에 처해 있던 케이블TV업계가 정상궤도 진입을 향하고 있는 것은 올해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올 영상산업을 부문별로 결산한다.

비디오.영화

 올 우리 영화 시장은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서고 제작 편수도 60여편으로 증가, 우리영화가 크게 도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244만명(서울 기준)의 관객을 동원, 대성공을 거두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금융자본을 끌어들이면서 액션·스릴러 등 장르의 다양화가 실현된 것은 올해의 성과다.

 「쉬리」에 이어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는 「주유소 습격사건」(좋은 영화제작·98만명), 「인정사정 볼 것 없다」(태원예능·69만명) 등을 꼽을 수 있으며 현재 상영중인 「텔미 썸딩」(쿠앤씨필름)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흥행성공에 반해 영화정책은 표류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영화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출범한 영화진흥위원회가 신·구 영화 세력간 갈등으로 제모습을 찾지 못했으며 성인 전용관 설립을 골자로 하는 영화진흥법 개정안도 무산됐다. 뒤늦게 국회에서 성인영화 관람층을 18세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로 테이프 시장은 올해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었다.

 올해 출시된 프로 테이프는 총 460여편(추정치), 판매량은 720여만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98년의 총 559편, 787만여개에 비해 턱없는 수치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프로 테이프 시장이 작년도의 2000억원 규모에서 1800억원대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로 테이프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성급한 평가도 나오고 있다.

 비디오 대여점의 불황은 대여점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2만여개에 달하던 비디오 대여점은 현재 1만7000여개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삼성·대우·현대 등 영상 대기업들의 잇단 퇴출도 프로 테이프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대우는 영화·비디오 등 영상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협력사인 세음미디어에 사업을 이관했으며 삼성 역시 「쉬리」의 돌풍에도 불구하고 영상사업단을 해체하고 스타맥스를 매각했다.

 대기업들이 빠져 나간 자리를 베어엔터테인먼트·새롬엔터테인먼트·우성시네마 등 중견 제작사 3사가 메워준 것은 큰 소득이었다.

 세음미디어·스타맥스·새한이 주도하던 「빅3」구조가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 비디오메이저의 협력관계 변화도 뚜렷했다. 콜럼비아가 지난 7년간의 동반자 관계를 맺었던 세음미디어와 결별하고 새한과 손을 잡았으며 CIC는 새한에서 세음미디어로 협력사를 옮겼다. 브에나비스타도 스타맥스에서 재기한 영유통으로 둥지를 틀었다.

음반

 바닥을 치고 상승국면을 나타낸 한해였다. 상반기에는 다소 고전했으나 하반기 들어 조성모·HOT 등 스타들이 바람을 일으키면서 이를 만회하는 모습으로 반전했다. 100만장이 넘는 앨범도 두장이나 나왔다.

 신나라유통이 최근 잠정 집계한 올해 음반판매순위에 따르면 상위 30위권 안에 드는 가요음반의 총 판매량이 1500여만장, 매출액 기준으로는 870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가요부문의 올해 최고 음반은 조성모의 「슬픈 영혼식」(도레미레코드). 11월말 현재 180만장이 판매됐으며 HOT의 「투지」(와와엔터테인먼트)가 135만장을 넘어서 2위를 차지했다.

 또 유승준의 「슬픈 침묵」(서울음반)이 81만9000여장, SES의 「LOVE」(와와엔터테인먼트)가 65만장, 핑클의 「영원한 사랑」(대영AV)이 60여만장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팝부문의 외국 음반 메이저들은 수치상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0∼30%까지 증가, 5대 메이저사 총 매출액이 800억원대가 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매출액이 편집앨범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팝히트 앨범으로는 테크노 그룹 666의 「Paradox」(록레코드)가 20여만장이 판매됐고 리키마틴의 신보(소니뮤직)가 18만2000장, 머라이어 캐리의 「#1`s」(소니뮤직)가 14만여장, 케니지의 「Classics In The Key Of G」(BMG)가 13만여장, TLC의 「Fan Mail」(BMG)이 7만9000여장 판매돼 뒤를 이었다.

게임

 게임 시장은 한마디로 「스타크래프트와 DDR의 해」였다.

 PC게임시장은 PC방의 폭발적인 증가와 게임대회 등에 힘입어 작년보다 80% 증가한 550억원대(제작사 매출액 기준)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외산게임들이 맹위를 떨치면서 상대적으로 국산 게임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져 국내 개발사들이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장르별로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과 스포츠 게임이 뚜렷한 강세를 나타냈다.

 상반기까지 60여만 카피가 판매된 스타크래프트는 올 연말까지 110만 카피가 판매될 전망. EA의 「타이베리안선」은 18만 카피, 「피파 축구」와 MS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레드스톰의 「레인보우 식스」 등은 각각 15만여 카피가 판매됐다.

 국산 게임 중에는 소프트맥스의 「템페스트」가 9만5000여 카피 판매로 체면을 살렸으며 타프시스템의 「대물 낚시광」과 와이즈하이콤의 「코룸3」가 4만여 카피씩 판매됐다.

 주요 제작사의 매출실적을 보면 스타크래프트를 공급한 한빛소프트가 200억원을 기록하며 선두주자로 부상했으며 EA코리아와 와이즈하이콤이 각각 120억원과 70억원대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쌍용·비스코·카마엔터테인먼트·삼성전자 등 주요 제작사들이 각각 20억∼4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인터넷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네트워크 게임 서비스·게임 포털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으며 사이버 쇼핑몰에 참여하는 게임 유통업체도 크게 늘어나는 등 게임시장이 인터넷 기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업소용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 뚜렷한 히트상품 없이 경품게임기 위주로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2·4분기 이후 음악·댄스 시뮬레이션 게임이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활력을 되찾았다. 음악·댄스게임으로 인해 최소한 2000억원대의 신규수요가 창출되었으나 상대적으로 기존 장르의 제품들은 수요가 크게 줄어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한 6500억∼70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음악 및 댄스 시뮬레이션 게임 시장을 선점한 어뮤즈월드와 안다미로는 각각 300억원,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일약 스타 회사로 부상했다.

 여기에 게임벤처회사인 지씨텍은 인도에 600만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프랑스의 유통업체 인포그램과 제휴, 유망주로 떠올랐다.

 특히 12월에는 게임기에 대한 특소세가 20여년 만에 완전히 폐지돼 이 시장의 유통정상화는 물론 국산 게임의 경쟁력 제고에 새로운 전기가 됐다.

 온라인 게임 분야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PC방의 활성화로 게임환경이 개선되면서 온라인 게이머들이 PC방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매출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50억원 가량에 그쳤던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전체 매출이 200억원 가량으로 증가,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용자의 폭증에 따라 「리니지」 「바람의 나라」등이 동시 사용자 1만명을 돌파했으며 상당수 온라인 게임이 상용화되자마자 동시 사용자가 1000명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처럼 사용자들이 온라인 게임으로 몰리자 온라인 게임에 뛰어드는 업체들도 지난해의 10여개에서 20여개로 증가됐다.

 이처럼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해외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울티마온라인」 「메리디안59」 등이 국내에 서버를 두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방송

 방송계는 99년이 IMF의 악몽에서 탈피한 한해였다. 지난해 60∼80%선에 불과하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방송광고 판매실적이 90%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인천방송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 민방사 역시 방송광고 판매 실적이 큰 폭으로 신장돼 정상 경영의 기틀을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지역 민방들이 방송권역을 도권으로 확대, 방송광고 판매 여건이 좋아졌다.

 올한해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다매체 진출 전략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한 해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SBS가 SBS인터넷의 분사에 이어 골프채널을 인수, 케이블TV 시장에 진출했으며 KBS는 한국통신과 함께 인터넷 방송과 위성방송 사업에서 협력키로 해 주목을 끌었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21세기 꿈의 매체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방송도 실험적으로 실시, 21세기 디지털 방송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케이블TV업계 역시 과감한 구조조정 덕분에 케이블 방송국운영자(SO)들의 경영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SO들의 부가 서비스가 네티즌이나 기업체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SO의 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로그램공급자(PP)들의 경우는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홈쇼핑 채널·MBN에 이어 m·net 등 몇몇 PP들의 경영이 정상화돼 케이블TV업계의 전망을 밝게 해주었다.

 올해 케이블 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업체간 인수 합병이 매우 활발했다는 점이다. 투니버스와 바둑TV를 운영하던 동양그룹이 OCN과 캐치원을 잇따라 인수, 복수 프로그램공급사업자(MPP)체제로 전환했으며 대호 계열 SO에 이어 조선무역도 복수SO(MSO) 체제로 전환, 케이블TV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또 39쇼핑이 한국통신케이블을 전격 인수, PP와 SO간 교차 소유의 포문을 열었다.

 중계유선과 케이블TV업계간 교류도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중앙유선 계열의 중계유선사업자가 케이블TV SO를 인수하는가 하면 역으로 안양케이블등 케이블 SO들이 중계유선을 인수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상당 지역에선 중계유선 사업자들과 케이블TV 업체간에 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위성방송업계는 통합 방송법의 통과 지연으로 한참 애를 먹었다.특히 DSM 등을 비롯한 위성방송 준비업체들은 근거 법을 마련하지 못해 위성방송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는데, 이 와중에 외국의 위성체를 이용해 위성방송을 송출하는 위성방송사들이 난립, 방송질서가 크게 혼탁해졌다는 평가다.

문화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