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체들 "孫잡기" 경쟁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방한으로 국내 인터넷업계는 잔뜩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세계 인터넷의 미다스라는 수식어와 함께 「빅딜 메이커」로 손 회장의 손만 가도 기업가치가 5배나 뛴다는 사실이 국내 인터넷업계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1000억원을 국내 인터넷업계에 지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터넷업계에 자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손 회장의 돈은 일반 투자금과 다른 성격을 가진다. 손 회장의 돈을 잡는 것은 인터넷업계에서 성은(?)을 입는 것과 같다.

 손 회장의 방한으로 가장 기대를 갖는 기업군은 일본에 진출하려는 인터넷 기업들이다. 단지 1000억원의 투자금이 문제가 아니라 손 회장을 통해 일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뿐 아니다. 손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는 미국 인터넷업계와 연계할 경우 시장개척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시장과 동남아시장 개척에서도 그는 이름값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타운뉴스가 신문을 통해 손회장에게 투자해 달라는 광고를 싣는가 하면 단독 면담을 위해 물밑접촉을 벌이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손 회장은 사업성격상 반MS적이어서 리눅스업체들의 수혜도 기대되고 있다.

 리눅스 기반의 웹메일 솔루션·서비스업체인 3R소프트 유병선 사장은 『국내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손 회장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 있다』고 전제하고 『인터넷산업에서 일본보다 한국이 다소 앞선 상황이므로 손 회장과 연계해 인터넷산업을 발전시킬 경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시장에서 절대강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 회장이 인터넷 서비스산업에만 투자하는 성격으로 보아 앞으로 전도 유망한 애플리케이션 호스팅 서비스 사업에 손을 댈 가능성이 크다』며 『기반기술과 응용기술을 잘 포장해 해외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손 회장의 투자에 대한 바람도 대두됐다.

 전자상거래연구조합 송태의 사무국장은 『손 회장의 이번 투자결정은 인터넷업체에만 국한된 것으로 수요측면에서 업종별 표준화 마련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는 어차피 시장 확대와 이윤 창조라는 관점에서 하는 것이므로 인터넷 표준화작업에도 투자를 확대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며 『현재 상대적으로 취약점을 안고 있는 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인력양성을 통해 전체적인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음성 전자우편 「소리메일」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휴쳐인터넷의 이창호 사장은 『국내 인터넷산업의 발전은 비약적이지만 전세계를 상대로 한 비즈니스에는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손 회장의 방한으로 국내 인터넷산업이 세계화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개발되지 않은 솔루션·서비스 분야가 많은 만큼 전문영역을 찾아 사업할 경우 부가가치는 무한하다』며 『손 회장의 투자패턴으로 보아 차세대 인터넷 언어인 확장성 표시언어(XML) 등 특화영역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견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