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생활전자.유통 부문 총결산> AV기기.백색가전

 99년은 생활전자업체들에게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될 것 같다. 1900년대의 마지막이라는 의미외에도 IMF의 혹독한 시련을 성공적으로 이겨냈고 근래에 보기 드문 경영성과를 올리는 등 모처럼 풍성한 결실을 거둔 해였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 당 원화가치가 지난해 평균 1360원대에서 올해 1150원대로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내수 모두 호황을 보인 것은 생활전자업체들의 경쟁력이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등을 통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돌아보면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가전산업을 대표하던 몇몇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가전을 비롯해 자동차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을 살리기 위해 이달 초 특별소비세를 전격적으로 폐지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폈다. 그러나 특소세 폐지는 그 시행 과정에서 너무 일찍 발표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구매시기를 미루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지만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많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V기기

 올해 TV시장은 경기회복에 힘입어 완전평면TV, 프로젝션TV 등 고품질 제품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이에따라 가전업체들은 가전제품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TV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완전평면TV와 프로젝션TV 모델을 다양화하고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대형 고급 TV시장의 신장에 힘입어 올해 TV시장은 지난해보다 12.4% 늘어난 5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VCR는 고급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기는 했으나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하는 등 수요를 촉발시킬 수 있는 계기가 없어 지난해보다 8.1% 늘어난 188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는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 등 디지털 AV 제품들의 수출이 본격화된 해였다. 삼성과 LG 등 가전업체들은 디지털TV의 국내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우선 해외시장을 개척키로 하고 미국, 유럽 등지로 3만여대의 디지털 TV를 수출했다. 가전업체들은 내년에는 선진국의 디지털 TV 수요가 급증, 올해보다 서너배 많은 물량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국내 오디오시장은 국산 및 외산제품을 포함해 총 2240억원 규모를 형성했던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총 2500억원 규모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가운데 해태전자·태광산업·아남전자·롯데전자 등 오디오 4사와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 등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보다 16억원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부진했던 반면 외산제품은 저가형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크게 늘어 상대적으로 외산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한편 올해 국내 경기가 크게 회복됐음에도 불구, 이처럼 오디오시장이 소폭 성장하는데 그친 것은 오디오 보급률이 이미 70%를 넘어서 수요탄력성이 낮은데다 정부가 특별소비세 폐지계획을 너무 일찍 발표, 하반기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업체들이 가격을 미리 인하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오디오 수출은 컴포넌트 제품의 호조에 힘입어 작년대비 19% 늘어날 전망이다.

백색가전

 지난해 IMF한파로 크게 위축됐던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 시장은 올해 지난해 대비 20∼30% 가량의 신장세를 기록, IMF한파가 닥치기 이전인 97년의 80%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빅딜파문에다 워크아웃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온 대우전자를 제외하고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모두 백색가전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또 실속형 제품이 주류를 이루던 지난해와 달리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및 인버터세탁기 등 고부가 제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 백색가전 시장에 활력소로 작용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특히 전자레인지에 이어 에어컨이 확실한 수출효자상품으로 자리를 잡는 등 가전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백색가전 수출이 큰 성과를 올려 앞으로 백색가전 제품 수출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가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폐지 방침을 너무 일찍 발표하면서 어렵게 되살아난 가전제품 수요가 또다시 대기수요로 밀리면서 하반기들어 3개월 이상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냉장고의 경우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시장이 지난해 대비 2∼3배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보다 34% 정도 늘어난 총 180만∼185만대 규모를 형성했다. 양문여닫이형 냉장고 시장이 4만5000대 규모를 형성했던 지난해보다 13만∼14만대 규모로 늘어난데다 당초 35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던 김치냉장고 시장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성장, 지난해 대비 약 2.5배 늘어난 총 63만대 정도의 규모를 형성한 것. 반면 일반 톱마운트형 제품은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 지난해와 비슷한 100만대 규모를 형성하는데 그쳤다.

 세탁기는 올해 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 총 75만대 정도에 불과했던 지난해보다 30만대 정도 늘어난 총 105만대 정도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는 대우전자가 빅딜파문에 이어 워크아웃되면서 판매가격이 낮아진데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가전업체들이 특소세 폐지에 따른 가격하락폭만큼 미리 가격을 낮춰 판매, 매출액 면에서는 잘해야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의 경우 연초 실시한 예약판매에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보이는 등 초기 수요 부진으로 7∼8월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성수기 판매에는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 지난해와 비슷한 75만대 정도의 규모를 형성하는데 그쳤다. 반면 수출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올해 각각 전년대비 80만대와 60만대 늘어난 230만대와 100만대 정도를 수출, 전년대비 50% 이상의 수출 신장세를 보였다.

 또 전통적인 수출효자상품인 전자레인지의 경우 국내 시장은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어난 총 75만대 규모를 형성하는데 그쳤으나 수출에서는 호조세를 지속,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총 1500만대 이상을 수출, 3000만대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