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센터가 정보보호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번에 마련한 「정보보호산업 국가경쟁력 강화방안」은 무엇보다 국내 정보보호 산업의 현주소와 경쟁력 수준을 종합적으로 짚어보고 국내 정보보호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정보보호 분야는 국가 안보는 물론 인터넷·전자상거래 등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그 중요성이 높아감에도 불구하고 기술력 제고방안이나 이를 위한 정부 지원정책면에서 크게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8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보고서를 기초로 2002년까지 정보 보호기술 자립, 정보통신 분야 전문인력 집중 양성, 세계시장 점유율 4%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정보보호산업 발전 대책」이 발표됐지만 현실성이 없는 장밋빛 미래에 불과하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면에서 이번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으며 세계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활용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보보호 산업은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역할과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얼마만큼 균형있게 발전시키느냐가 이 보고서의 출발점이다. 한마디로 정보보호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전략적 도구」와 「수익 창출」이라는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제국 패권을 노리는 미국은 인터넷을 통해 문화전파는 물론 경제권 장악을 노리고 있으며 이는 차세대 인터넷 개발사업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사업은 인터넷 속도뿐만 아니라 정보보호의 취약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진행중이며 미국 주도로 이같은 계획이 이뤄질 경우 국가 경쟁력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국가 전략적 도구로서의 정보보호가 갖는 국제 경쟁력이다. 또 전세계적으로 정보보호 시장이 성숙되고 있으며 가치 창출의 지속성으로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를 겨냥해 첨단 정보보호 기술을 갖추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수익 창출 측면에서 정보 보호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보보호 기술 수준은 아직도 정보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정보보호 기술은 암호·인증·키관리·방화벽·가상사설망·보안IC와 생체인식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 분야별로 2∼6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암호기술은 지난 98년 128비트 SEED를 개발했지만 6년 정도 뒤떨어져 있고 인증이나 키관리 기술 역시 3년 정도 격차가 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를 위해 정보보호 분야의 「기술 로드맵」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술 로드맵은 단순한 기술개발 계획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 요구, 서비스 기능, 기술 차별화 등을 고려해 제품 개발순서를 정하고 이를 예비, 실제 작성, 후속 절차 등 계획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정보보호 육성 전략 모델을 말한다.
또 하나는 정부와 정보 보호업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이스라엘의 성공사례처럼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핵심 역량을 선정하고 이를 발전시켜 세계시장의 주도적인 흐름을 장악해 국내 정보보호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는 우선 세계 정보보호 시장 흐름이 점차 각 분야에서 정보 보호 전문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스템통합(SI) 기술을 갖춘 IT산업의 대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들 태세여서 장기적으로 기술이나 규모면에서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연유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