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접속 중단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게임업체는 각성하라.』
어느 A지역 앞. 붉은 천을 두른 시위대가 한 업체를 성토하며 시위를 벌이자 시위대를 막기 위해 「진압군」이 투입된다. 이후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고 붉은 깃발이 하늘을 찌른다.
최근에 일어난 이 사건은 현실 세계에서 빚어진 일이 아니다. 한 온라인 게임 공간에서 사용자들이 서비스업체에 대한 불만을 터트려 벌어진 사건이었다. 화염방과 최루탄이 오고가지는 않았지만 이 「시위현장」을 지켜 본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난 최초의 조직적인 시위였다고 입을 모았다.
사건의 발단은 「울티마 온라인」의 잦은 접속중단. EA코리아는 이 제품을 선보이면서 올 6월 서버 1대를 들여왔으나 사용자가 급증하자 지난 15일 추가로 서버 1대를 도입했다. 그러나 병목현상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추가서버가 개설된 이후부터 잦은 접속중단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 사용자들을 자극한 것은 사건 당일이었다. 이날따라 유난히 접속이 자주 끊어져 버린 것이다.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에 의하면 이날 시위는 일본의 서버로까지 이동하는 등 「국제적」 규모의 시위양상을 보였다.
이같은 시위가 3시간 이상 계속되자 결국 게임업체에서는 운용자의 캐릭터인 카운셀러를 게임에 등장시켜 협상에 나서 접속중단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한 끝에 수습했으나 시위 현장은 말이 아니었다. 일부 사용자들의 욕이 난무했고 붉은 옷을 입은 유령들이 나뒹굴었다. 눈길을 끈 대목은 게임업체의 진압책. 이날 게임업체에서는 욕설을 퍼부은 사용자에 대해 게임상의 감옥에 투옥하는 등 현실과 똑같은 처벌을 내렸고 시위구호를 외친 사용자에 대해서는 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말을 못하게 하는 처벌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가상사회 발전으로 잉태된 새로운 문화의 단면』이라며 『사이버세계가 발전하면서 이같은 사건은 앞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