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코스닥 활황은 경제의 새 이정표

박상훈 테라 사장

 지난 91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의 후세인을 응징했던 부시 대통령은 90%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는 엉망이었고, 또 이것이 클린턴이 득세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이후 미국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이런 초우량경제를 이끌어냈고 오늘날까지 미국을 끌고가는 세력 중 하나가 바로 나스닥에 등록된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벤처기업 정신과 나스닥을 통하여 공급된 양질의 자금이 결합돼 미국경제는 10년 가까이 불황을 모른 채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가 지난 상반기부터 불고 있는 코스닥과 벤처기업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일부 경제학자들이 지금의 코스닥열풍이 일시적 현상으로 거래소시장에서 「왕따」당한 개인들이 만들어낸 거품이자 일과성 해프닝으로 보고 있고 언론도 아직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과 시장경제는 궁극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게 마련이다. 구소련의 멸망과 서울에서 수원·인천으로, 수원에서 인천·서울로, 인천에서 서울로 아침마다 교통지옥을 만드는 어리석은 시장경제가 크렘린에서 몇명이 모여 판단하는 계획경제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판명됐다.

 코스닥에 모여드는 자금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도박이 아니다. 또 도박이어서는 안된다. 자본주의의 꽃은 주식시장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주식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는 어리석음이 있다.

 이런 면에서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어야 하고 시장참여자들을 왜곡시키는 세력은 마땅히 축출돼야 한다. 기업가는 주주의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장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합리적이고 합목적적으로 움직이며 자본주의를 실현한다.

 주식시장은 이제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갈 주체다. 관치경제, 정경유착의 경제, 아날로그 경제, 차입경영, 재벌경제로는 더이상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 IMF는 위장된 축복이라는 말도 있다. 시장은 자신들의 자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하여줄 경제의 주체로 코스닥을 선택했다. 불과 4년 만에 이렇게 급성장한 제2의 주식시장은 전세계에 유례가 없다.

 지난 30여년간 농업국가에서 이렇게 공업국가로, 다시 정보사회로 진입한 국가도 없다. 이것은 우리의 저력이다. 우리만 낮게 평가하지만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이 엄청난 민족의 힘을 우리만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관치경제·재벌경제가 만든 지금까지의 한국경제는 IMF를 불렀고 그 패러다임으로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재벌의 해체가 가져오는 공백을 누가 메우느냐는 것이 어리석은 질문이다. 재벌들이 독식하던 채권시장을 깨는 것만으로도 시장금리가 내려가 주식시장이 살아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재벌경제는 자금·인재·시장을 독식하며 시장경제를 왜곡시켜 왔다. 이제 인재와 자금의 역류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21세기를 며칠 앞두고 디지털경제를 이끌 새 밀레니엄의 주체는 벤처기업과 코스닥이다. 벤처기업은 코스닥 안에서 시장경제에 충실하며 디지털경제를 선도하며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도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자본시장은 벤처기업의 이같은 미래가치를 기대하며 투자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지금까지 인재도 자금도 없이 외롭게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이젠 인재도 자금도 충분하다. 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기적같은 일이 현실화됐다.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는 것을 벤처라 한다면 미래에 대한 확신은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