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기업들은 20세기 마지막 재앙으로 불리는 Y2K 문제(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에 대처하기 위한 막바지 점검에 주력하는 한편 Y2K 문제가 우려되는 오는 31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전산전문인력을 중심으로 비상경계체제에 돌입한다.
대다수 민간기업들은 이미 정보시스템(IT)과 비정보시스템 부문에 대해 Y2K인증을 획득한데다 전사 차원에서 진행한 Y2K 모의 테스트를 성공리에 완료, Y2K문제를 완전 해결했다고 선언하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3, 4일 동안은 밤샘 근무할 계획이다.
LG, 삼성 등 대기업은 그룹차원에서 Y2K 대응 전담조직을 결성, 대규모 모의테스트를 실시하는 한편 계열사별로 Y2K 비상지원팀을 구성해 그동안 판매한 시스템에 대한 Y2K 관련 긴급복구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예컨대 LG그룹은 지난해 결성한 Y2K 대응 전담조직인 「LG Y2K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연인원 2000여명을 투입, 전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시뮬레이션에 성공함으로써 더이상 Y2K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다고 선언했다. LG측은 전계열사 전산시스템의 연도 코드변환과 통합테스트에 이어 3개월 동안 실제와 같은 상황에서 모의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의 대표기업인 LG전자는 「제로 임펙트」로 명명한 비상복구지원팀을 결성, 그동안 판매한 시스템에 대해 Y2K, 긴급복구지원을 실시하는 한편 만약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스템 복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지원체제로 운영한다.
삼성그룹도 뉴밀레니엄 도래를 앞두고 예상되는 Y2K 문제와 관련, 오는 30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총 9300명을 투입해 비상 근무체제에 임하는 한편 국내 전사업장 및 해외 87개 주요 사업장 시스템을 동시 점검하고 정부조직인 「Y2K 119 기술지원단」에 전문가를 지원하는 등 Y2K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Y2K사태에 가장 민감한 컴퓨터·정보통신·인터넷 기업들도 만에 하나 발생할 수도 있는 Y2K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PC통신업체인 나우콤의 경우 온라인서비스 역시 Y2K의 안전지대일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지난 22일 오전 4시부터 8시까지 4시간 동안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한 상태에서 시스템 날짜를 2000년 1월 1일로 전환해 최종 테스트를 완료한 후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재개했다.
온세통신 역시 최근 교환·전송·운용·과금 등 통신사업 전반의 1000여개 시스템에 대한 Y2K 문제를 해결했지만 국내외 기간통신 사업자와 Y2K 문제 발생시 공동 대처하기 위해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자체 비상계획을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인 라이코스코리아와 컴퓨터 고장수리 전문업체인 컴닥터119는 Y2K 문제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인터넷 Y2K상황실」을 개설,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인터넷 Y2K상황실은 라이코스코리아 홈페이지(www.lycoskorea.co.kr)와 컴닥터119 홈페이지(www.comdoctor119.co.kr)를 통해 Y2K 문제에 노출돼 있는 전국 700만여대의 PC와 30여만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Y2K 문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은 각종 전산시스템을 공급해온 컴퓨터업체들이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이달 2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를 전시 기간으로 선포하고 본사에 워룸(War room)을 설치해 비상지원팀을 상주시키고 핫라인(02-3469-0119/0114)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매니저급 이상의 간부들에 대해서는 전원 출장과 휴가를 중단하는 한편 미국 본사의 Y2K프로그램 오피스 및 싱가포르의 에스컬레이션센터와 연동해 비상사태 발생시 긴급결정으로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HP도 이달 31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를 특별관리 기간으로 설정해 24시간 비상체제를 구축하고 미 본사차원에서 구축된 커맨드센터와 Y2K 매니저를 중심으로 비상사태발생에 대처하도록 했으며 Y2K매니저에 대해서는 유무선 전화 불통에 대비해 위성을 이용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화가 가능한 이리듐단말기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한국후지쯔는 기술지원과 영업, 세일즈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특별지원팀을 구성해 이달 3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24시간 비상가동체제를 구축했으며 스토리지 업체인 한국EMC도 서버공급 업체들과 연계한 24시간 비상체제를 구축, 가동할 계획이다.
이들 하드웨어 업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국오라클도 이달 31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를 센추리 데이터 체인지(CDC) 기간으로 정하고 로컬 커맨드 & 컨트롤(LCC)이라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문제발생시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도 연말연시에 발생할지도 모를 기업·개인 고객의 Y2K 문제해결을 위해 100여명의 기술지원 담당 엔지니어들로 비상대기체제를 갖추는 한편 전 직원이 내년 1월까지 휴가를 반납하기로 했다.
컴퓨터 업체들 외에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는 가전제품은 Y2K 문제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95년 이전에 개인이 들여온 제품의 Y2K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3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24시간 비상근무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대기업은 자체 문제해결추진조직을 구성하고 예산을 투입해 Y2K문제를 거의 해결했으며 중소기업들도 중소기업청의 문제해결 지원에 힘입어 500개 중점 관리업체의 진척률이 99.9%에 달한다』며 민간기업의 Y2K 대처상황을 기대 이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