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에 풀어야 할 영상산업 6대 과제

 한해가 또 저물고 있다. 올 연말은 새천년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예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새천년을 맞이하는 국내 영상산업계는 21세기에는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충만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중에 반드시 처리해야할 숙제를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기고 말았다는 자괴감도 있다. 올해 국내 영상 산업계는 숙원사항이었던 영화진흥위원회의 출범, 게임기에 대한 특소세 폐지 등 현안과제를 해결했으나 쉽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성인전용관 도입이나 신규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업자(PP) 승인 등의 문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재와 정치권의 이견으로 처리하지 못한 채 새천년의 과제로 넘기고 말았다. 내년으로 미뤄지는 올 영상산업계의 과제들을 점검해 본다.

<영상음반유통업협회의 표류>

 영상음반유통업협회의 내분 사태는 날이 갈수록 얽히고 설켜 있다. 외부에서 볼 때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난 6월 진석주 영상음반유통업 협회장의 구속으로 야기된 협회 내분 사태는 이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회장 보궐 선거를 통해 재당선된 진석주 회장측에 반발, 서울시 지부가 중심이 돼 「협회를 사랑하는 회원의 연대」(협사연)라는 별도의 모임을 결성하고 이에 맞서 영유협 선거 관리 위원인 이종수 부산 지부장이 지난 회장 선거와 관련, 감여상 서울시지부장을 비롯한 9명을 특정 후보 비방 및 명예 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장을 제출, 해결의 실마리가 갈수록 꼬이고 있는 형국이다.

<프로테이프 가격 인하>

 프로 테이프 가격 인하 문제는 제작사와 대여업계간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또다시 내년으로 미뤄졌다.

 그만큼 이 문제는 양업종간에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인 것이다. 대화합의 차원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비관적인 전망이다.

 당초 연말까지 구축키로 했던 비디오 사전 주문제를 위한 시스템 설치 작업도 내년으로 연기될 전망이다.

 사전 주문제 사업은 한국영상협회와 전국의 비디오 판매, 대여점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신규 출시되는 비디오에 대한 선주문이 가능하도록 하는 프로젝트.

 현재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영상협회가 우여곡절 끝에 삼보컴퓨터를 선정, 내년 1·4분기까지 사업을 끝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나 대여업계 일부가 적잖게 반발하고 있어 일정대로 마무리될지의 여부는 미지수다.

<디지털 음악서비스 저작권>

 MP3 등 디지털음악 파일에 대한 저작권 및 저작 인접권 문제는 새천년에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특히 저작권 관련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선 「디지털음악저작권관리협의회」를 본궤도에 올려놓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음악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 음원 사용료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저작자 및 실연자들의 몫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작업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음반업계로선 개별 음반사들의 권리 보호와 음원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하루 빨리 문화관광부로부터 저작인접권 분야의 신탁관리단체를 지정받는 게 중요하다.

 음반업계가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로는 「음반 인세제」의 도입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사전 개런티 방식으로 음반을 제작해 오면서 드러난 각종 폐단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음반 인세제 등 선진적 유통체계를 도입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통해 주먹구구식 제작 관행을 타파하고 불합리하고 복잡한 유통체계를 개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유통제작 시스템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음반업계는 음악파일은 물론 뮤직비디오 파일·음악 자판기·댄스음악게임기·휴대형 단말기·인터넷방송 등 각종 신매체에 자신의 음악을 사용토록 하되 정당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만 한다.

<케이블TV 신규PP 승인 보류>

 신규 케이블 PP에 대한 승인 보류는 올한해 정부가 내놓은 방송 정책중 최대 실패작으로 꼽힐 만하다.

 물론 통합 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미묘한 시점에서 문화부의 PP승인 작업이 진행됐다는 정상 참작의 소지는 있지만 신규 PP를 준비해 왔던 많은 업체들에 실망스러움만 안겨주었을 뿐이다.

 사실 신규 PP의 승인 문제는 업계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기존 PP들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신규 PP를 승인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있었으나 다른 한편에선 신규 PP의 승인을 통해 케이블TV의 분위기를 쇄신해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튼 이처럼 논란이 많았던 사안을 문화부가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통합 방송위원회에 넘긴 것은 책임회피라고 할 수밖에 없다. 비록 부담감이 있더라도 이미 신청을 받은 것은 문화부가 마무리를 했어야 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대부분 PP 승인 신청업체들은 신규 채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번에 많은 돈을 들여 회계법인에 용역을 주거나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이번에 문화부가 PP승인을 보류함에 따라 내년 출범하는 통합 방송위원회가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PP 등록제의 실시를 앞두고 있는 마당에 위원회가 추진할 PP 신규 승인 작업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난 11월 초 문화부와 PC방 업계는 PC방의 등록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PC방을 게임제공업으로 규정하고 「멀티 게임장」으로 등록하도록 못박은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결국 정부는 PC방을 「정보통신서비스업」 또는 「멀티콘텐츠 중개업종」 등으로 별도로 구분해 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 게임 서비스가 30% 이하인 PC방은 멀티 게임장으로 등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등록예외규정을 마련, 간신히 사태를 수습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PC방을 둘러싼 법률적·제도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게임서비스 매출을 30% 이하로 낮출 경우 PC방을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 PC방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새로운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인 지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문화부는 PC방을 게임산업의 인프라로 활용하고 지식산업시대를 주도할 지역문화센터로 육성하기 위해 이른바 「모범업소 인증제」를 도입하고 2000년 상반기에 「음반·비디오 및 게임물 법」을 개정, PC방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 법」이 내년에 개정돼 PC방들이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성인전용관과 완전등급제>

 「성인영화 전용관」 허용 문제와 「완전등급제」의 도입은 문화부가 올 한해 역점을 둬 추진해온 영상정책중 하나다. 그러나 성인 전용 영화관과 완전 등급제의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이 여권 내부의 이견과 여야간 정치싸움으로 제동이 걸리는 바람에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특히 영화인회의·영화제작가협회 등 젊은 영화인들이 새해부터 「완전 등급제의 실현」과 「성인전용관의 허용」을 기치로 내걸고 연대 투쟁에 나설 예정이어서 영화계는 또 한번의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영화진흥법 개정안은 영화의 상영등급을 종전의 3등급에서 4등급으로 바꿨다. 그동안 「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8세 관람가」로 분류됐는데 이번에 「15세 관람가」를 추가한 것이다. 논란이 됐던 성인영화 관람 연령은 18세로 했으나 예외규정으로 고등학생에 대해선 성인영화를 관람할 수 없도록 했다.

 당초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해온 「등급외 전용관」은 전면 백지화됐으며 「등급외 등급」의 신설을 전제로 도입을 추진했던 「완전등급제」 조항 역시 전면 삭제됐다. 사실상 「등급 보류」가 존재하는 상태가 돼 말썽의 소지를 남겼다.

 여기에 출범 초기부터 위상 정립과 위원 구성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영화진흥위원회는 매년 예산 편성의 기본 방향과 규모에 대해 문화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위상도 법인으로 전환됐다.

문화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