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뉴밀레니엄 조직개편 의미

 LG전자가 지난 27일 뉴 밀레니엄 시대의 「디지털 경영」을 위해 단행한 조직개편은 기존 조직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보다는 사업본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조직을 정비하는 성격이 강했다.

 또 디지털TV 사업담당이 TV사업부(OBU) 밑으로 들어가고 인터넷 및 이동통신단말기 영업담당이 신설되는 등 디지털 부문이 강화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00년에 대비한 LG전자의 조직개편이 기존의 골격을 유지하는 선에서 소폭으로 마무리된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새 천년에 대비한 조직개편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매출중심의 조직을 수익중심의 조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입장을 정하고 이를 위한 조직정비작업을 벌여왔다. 지난 98년 초부터 각 OBU에 인사와 예산, 해외영업 및 생산 등 대부분의 권한을 이양하는 조직개편이 단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지주회사 1개를 제외한 해외 6개 지역이 3개 본부에 소속된 20여개 OBU와 통합됐다.

 LG전자는 이처럼 그동안 추진해 왔던 각 사업본부의 경쟁력 강화작업을 최종 마무리하기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본부를 「회사내 회사」로 만들기로 했다. 「회사내 회사」는 별도의 회사는 아니지만 인사와 예산, 생산과 영업 등 모든 활동이 사업본부의 자율에 맡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립성이 더욱 강화되는 대신 책임 또한 강화되는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그동안 가족적인 분위기와 보수적인 색채를 보여온 LG전자가 새 천년에는 성과중심의 진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디스플레이·멀티미디어·홈어플라이언스 등 3개 사업본부만 사업본부의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부문으로 부르기로 했다.

 LG전자의 3개 사업본부 중 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와 멀티미디어사업본부의 조직은 일부 생산법인의 소속을 바꾸거나 부서 명칭을 바꾸는 등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디스플레이사업본부는 디지털TV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비교적 큰 폭의 구획정리가 이루어졌다.

 LG를 비롯해 삼성과 일본의 디지털TV업체들은 올해까지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물색하는 등 상용화를 위한 탐색전을 벌여왔다면 내년부터는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판매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수십년에 걸쳐 TV 생산과 판매 등의 노하우를 축적해온 TV OBU에 디지털TV 사업을 소속시킴으로써 디지털TV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또 디지털TV 마케팅을 미국 제니스로 이관함으로써 기존 TV와 함께 디지털TV의 수출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영업본부는 한국영업부문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I&D(Internet & Direct)영업담당과 이동단말기사업자 담당, 이동단말기 마케팅·유통영업담당 등 3개의 담당이 신설됐다. LG전자가 전자상거래의 확산에 대비해 한국영업부문 내 I&D영업담당을 신설한 것은 향후 사이버쇼핑몰·인터넷 조사 등 인터넷 관련영업이 중요한 분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이동통신단말기 영업은 내년 초 LG정보통신의 영업조직 일부가 넘어오면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LG전자는 별도의 대리점 조직을 구축하기보다 기존 영업망을 최대한 활용하는 차원에서 이동통신단말기 영업을 시작해 나갈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동통신단말기 영업을 가져옴으로써 가전과 통신, 컴퓨터가 통합되는 정보가전분야의 기본 제품군을 모두 보유하게 돼 정보가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LG전자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