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Y2K 문제라 하면 컴퓨터의 날짜인식 오류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시스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기술적 해결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운명의 그날에 대한 대비도 피해사례가 과연 어디서 얼마나 벌어질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기술적 복구시스템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기술적 예방조치와 복구 시스템 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2000년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서 Y2K 문제의 핵심사안은 이제 법적인 문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0년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모든 Y2K 문제는 법적인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Y2K 문제의 실상은 「법적 소송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인식해왔다. 손해배상 청구금액과 변호사 비용을 포함해 전세계의 Y2K 소송관련 시장은 1조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Y2K 문제 자체보다 소송에 휘말려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성 있게 전파되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 Y2K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입법제정을 서둘렀을 정도다. 이와 별도로 Y2K 관련 특별법이 다양한 형태로 제정돼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기술적 문제해결에 주력해온 국내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법적대응 문제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피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분쟁 발생시에 그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 필요 이상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과 해당기업의 법적인 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자료확보가 중요하다.
Y2K의 법적인 문제는 문제발생시 책임소재를 어떻게 규명할 것인가와 그에 따른 배상범위를 어느 정도로 규정할 것인가 하는 것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류가 겪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 사고라는 Y2K와 관련해 이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도 못하고 규정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법적대응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결코 피해갈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경우 진통을 거듭한 끝에 2000년을 보름 남짓 앞둔 지난 16일에야 「2000년 문제의 해결에 관한 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특별법은 Y2K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고 분쟁 발생시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실제 법적소송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민법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일반법 하에서 판결이 날 것이다. 결국 Y2K와 관련해서는 포괄적인 법 해석이 불가피하고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감안, 철저한 사전 입증자료 준비가 더욱 절실해진다.
법적 문제는 Y2K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장비를 공급한 쪽이나 사용하고 있는 쪽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경우 공급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할 정도지만 국내의 경우는 상황이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산업육성 정책 하에서 제정된 법 체계가 수요자보다 공급자 위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제조물책임법(PL)이나 집단소송법 등 소비자(수요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기본법 시행이 국내에서는 아직 미뤄지거나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Y2K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이 Y2K 때문이며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손해를 입었는지를 수요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후 공급업체는 자신의 과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만일 제조자와 공급자가 다른 경우, 원제조자에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난감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수요자 입장에서는 더욱 세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Y2K 문제발생시 대응방안이다. 이미 대응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다시 한번 상기해보고 준비가 미약하다면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Y2K 문제발생 이전의 조치사항 △Y2K 문제대응 조직체계 구축과 비상계획 수립 및 검토 △각종 계약서와 구매관련 서류 검토, 취합 △Y2K 대응 파일 가운데 법적대응 준비자료를 별도로 정리 △Y2K 문제와 관련한 공급업체 혹은 유지보수 업체의 입장태도 확인 후 서면정리
◇Y2K 문제발생시 조치사항 △준비된 비상조치를 발동하고 Y2K 문제해결 및 관련 사항체크 △문제해결에만 치중하지 말고 관련상황을 간략하게 리스트화해 체계적으로 대응 △발생한 문제가 Y2K 문제인지 파악 △문제 발생지점이 시스템 중 어느 부분인지 파악 △확보된 공급업체와 유지보수 업체의 입장을 바탕으로 비상연락을 취함 △공급업체나 유지보수 업체의 대응이 없거나 지연될 경우 우선 Y2K 119센터(www.kait.or.kr/119) 등 기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과 동시에 법률자문을 얻을 수 있는 곳에 연락 △당시 상황을 문서화하고 상세히 기록해 추후 자료로 사용
◇분쟁발생시에 대비한 문서 △해당시스템과 관련한 계약서(구매, 라이선스 계약서, 유지보수 계약서) △계약서 작성 이전의 MOU, 공급업체 혹은 유지보수 업체의 마케팅(광고) 자료 △시스템의 현재 성능, 예상 가용기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Y2K 문제 확인과 해결을 위한 공문 △공급업체나 유지보수 업체 등과 Y2K 문제에 관해 협의한 각종 자료(전자우편, 팩스 등) △공급자측 문제 인식여부에 대해 판단할 자료 △시스템에 대한 영향평가서 등 해당시스템의 Y2K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Y2K 문제해결을 위한 내부 문서(문제해결 계획서, 시스템 인벤토리, 진행상황 점검표, 문제대응 결과표) △다른 유사시스템의 문제해결 방식에 대한 자료 △보조 계약자 등 이해당사자에 관련한 자료
◇공급자측의 비상조치 사항 △판매한 시스템의 Y2K 문제 여부 확인 및 정리 △발생한 문제가 Y2K 문제인지 확인 △상황발생의 원인이 공급자측이 제공한 부분에 기인한 것인지 확인 △신속한 비상대응으로 사용자측의 비상계획에 충분한 지원 △가능하면 사후 복구와 원인 확인작업에 참여해 문제여부를 확인
◇주의사항 △공급자측과 비용부담 및 책임부분에 다툼이 있는 경우 - 상황해결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선행한 후에 법적인 부분은 사후에 결정하기로 약정할 수 있음 △공급자측이 시간부족 등의 이유로 문제발생시에 비상조치를 거절하는 경우 - 신속한 조치를 위해 제3자에 대해 문제 해결을 의뢰할 수 있지만 제3자에게 의뢰하기 전에 공급자측에 먼저 문제해결을 의뢰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