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뉴 밀레니엄 시작을 앞두고 Y2K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새해 1월 1일 0시를 전후해 항공기·열차·승강기 등의 운행을 임의로 중단할 계획이라고 「USA 투데이」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시카고나 베를린의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펜실베이니아와 폴란드의 제철공장은 가동을 중단하며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기업들은 사흘 동안 휴업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러한 조치들이 Y2K문제로 인한 컴퓨터 오작동 때문이 아니라 사전대비책으로 취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각 공항에서는 소방차들이 비상대기 상태에 들어가고 많은 기업들이 전자우편 시스템을 정지하기로 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뉴욕시티에서 350개동 6만채의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는 시그니아 레지덴셜 그룹은 정전사태에 대비, 1일 0시를 전후해 10분씩 20분 동안 승강기 운행을 중단한다.
△미 최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은 대형 참사가능성과 탑승수요 감소로 31일 727편 비행을 중단하고 1월 1일에도 342편 운항을 취소하기로 했다.
△미 철도여객수송공사(암트랙)는 운행중 열차가 멈출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1일 0시 이전 모든 역이나 버스정류장 가까운 곳에 열차를 세우도록 할 방침이다.
△워싱턴 DC는 승객들이 전철에 갇히는 것을 막기 위해 31일 자정 모든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Y2K문제 전문가인 하워드 루빈은 철저히 준비한다고는 했지만 실제 Y2K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법적 책임과 피해보상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전판으로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英서 "유사Y2K" 발생 곤욕
2000년이 시작되기 사흘 앞선 29일 영국에서 2000년(Y2K) 인식오류 유사사건이 발생했다.
런던 중심가의 신용카드 단말기가 1월 1일 인식에 어려움을 겪어 수천명의 소매업자들이 전표에 거래실적을 일일이 손으로 기입하는 곤욕을 치렀다.
소매업자들에게 1만개의 카드조회기를 지급했던 HSBC은행의 한 대변인은 단말기가 1월 1일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인식오류 문제가 이같이 조기 발생한 것은 카드 조회기의 거래실적이 나흘 단위로 돼 있는데 1월 1일이 이 기간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사고가 Y2K문제와 꼭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HSBC의 대변인은 이날 사고가 세기말 사고라기보다는 연말에 자주 발생하는 사고라고 주장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12월 31일까지는 해결될 컴퓨터 문제지 밀레니엄 버그는 아니다』고 말했다.
美기업 급여지불 대책 미흠
Y2K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있을까. 새해가 임박하면서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 문제가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가 최근 231개 기업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Y2K 발생시 긴급 급여지불대책을 세워놓고 있는 회사는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개사 가운데 3∼4개사가 컴퓨터로 계좌에 접근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 적어도 한번의 봉급지불을 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다수 회사는 연말까지도 현금비축은 물론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Y2K 문제 발생시 상당수 종업원들이 급여없이 2000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임금대장을 손수 처리하거나 외부업체에 급여지불을 용역해온 중소기업주들은 사전대비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일부 회사는 아예 날짜를 앞당겨 급여를 지불하거나 수표를 발행, 미리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