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특별기획> 밀레니엄 대예측 21 (1);프롤로그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새 천년이 밝았다. 인류가 세 번째 맞은 밀레니엄은 우리에게 어떤 삶을 열어줄까. 이제 막 시작된 21세기를 미리 비춰줄 요술거울은 없다. 숨가쁜 과학기술의 발달은 미래예측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이유로 미래학자 폴 사포는 자신을 미래학자가 아니라 테크놀로지의 기상통보관이라고 부른다. 그의 말처럼 앞날은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날씨처럼 예보할 수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본지는 앞으로 100년간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파고들 21개의 키워드를 엄선해 21세기 전자정보통신의 창밖엔 어떤 날씨가 전개될지 전망하는 「밀레니엄 대예측 21」 시리즈를 연재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인류를 정보유목민이라고 정의한다. 물이나 농사지을 땅 대신 정보를 찾아 정처없이 떠도는 유랑자라는 뜻이다. 머지 않아 전세계는 유무선의 글로벌 통신망으로 묶인다. 그때가 되면 지구촌 네티즌들은 빛의 속도로 네트워크를 헤매는 유목민이 되는 셈이다.

 새 밀레니엄의 네트워크 인프라는 네오 인터넷(Neo Internet).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병목 없이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진화된 차세대 인터넷을 말한다. 네오 인터넷을 이용하면 로스앤젤레스의 환자를 서울에 있는 의사가 진찰하고, 서울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할리우드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가상현실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다. 또 워싱턴과 베이징의 화학자가 사이버공간에서 만나 분자 조작실험을 함께 한다.

 21세기엔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기존의 통화시스템이 흔들릴 것이다. 디지털지갑에 저장된 전자화폐(eMoney)로 물건값을 지불하는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폐와 동전, 수표는 구경하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은 또 있다. 사무실과 책상, 전화, 종이서류도 모빌 오피스(Mobile Office)시대에는 의미가 없다. 첨단 통신기기로 무장한 직장인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한다. 직원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모빌 오피스다. 회사는 호텔처럼 필요한 때 체크인하면 그만이다.

 사이버문화는 애드호크러시(Adhocracy)를 꽃피울 것으로 예상된다. 애드호크러시란 보통 특별임시위원회로 번역된다. 관료제와는 달리 융통성 있고 혁신적이며 유기체적인 조직을 말한다. 2차대전중 특수임무를 수행했던 기동타격대(Taskforce)에서 유래된 말이다.

 애드호크팀(Adhoc Team)이라고 불렸던 이 부대는 임수를 완성하면 해산됐다가 새로운 작전과 함께 재구성됐다. 정보시대의 애드호크러시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모이고 흩어지는 전문가 집단이다.

 네트워크의 속성은 수평적이다. 수직적인 사회계급이나 관료체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창조성과 다양성은 21세기의 시대정신과도 부합한다. 애드호크러시의 전성시대가 예고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정치도 보다 투명해질 것이다. 네티즌들은 전자우편으로 법 개정을 위한 청원서를 띄우고 부패정치인을 탄핵한다. 인터넷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사이트에 접속해 전자화폐로 기부금을 낸다. 전자정부시대가 열리면서 편리한 사이버 민원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된다.

 20세기를 풍미했던 반도체 분야는 이제 나노기술(Nano Technology)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초미세 기술은 21세기 어느날엔 DNA만큼이나 작은 기계를 작동시킬지 모른다. 마치 구슬을 꿰듯 원자나 분자를 조합해 자동차 기어나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인공생명도 새 천년을 장식할 키워드다. 우주과학 소설가 아서 클라크는 새 밀레니엄 첫 100년 동안 일어날 주요 사건 중 하나로 복제인간의 탄생과 공룡 복제를 꼽았다. 클라크는 9년 전 밀레니엄 버그를 예측해 유명해진 미래학자.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복제인간보다 먼저 등장할지도 모른다. 친구를 만나면 반갑게 미소짓고 지루하면 졸린 표정을 지을 만큼 사람을 닮은 휴먼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컴퓨터과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1세기 호모 사피엔스」에서 「2029년경 인공지능 로봇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인간의 병을 치료할 것」으로 내다봤다.

 21세기엔 홈네트워킹 시대도 개막된다. 홈네트워킹이란 말 그대로 집안의 모든 디지털 가전 제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미래형 네트워크. 가정은 최첨단 커뮤니케이션센터가 된다. 냉장고가 TV와 대화하고 전화벨이 울리면 가스레인지가 작동된다.

 레거시 프리(Legacy Free) 콘셉트는 컴퓨터 아키텍처를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PC를 예로 들면 레거시는 과거부터 존재해온 여러가지 종류와 규격의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ISA 슬롯이나 시리얼, 패럴렐 포드, IDE, 플로피디스크, VGA카드 등이다. 레거시 프리 기반의 PC는 이런 종류와 규격의 제약을 없앤 새로운 개념의 만능 컴퓨터가 된다.

 이밖에도 하나의 칩에 각종 반도체의 기능이 모두 구현되는 개념의 「Chip Is Product」, 지식시대의 새로운 무역원칙 「환경라운드」, 21세기의 기업경쟁력을 좌우할 「지식경영」, 방송과 네트워크의 융합을 가져올 「컨버전스」, 0과 1로 조합되는 「비트상품」, 카피레프트론자들이 주도하게 될 「밀레니엄 저작권」 등도 21세기를 전망할 수 있는 키워드들이라 할 수 있다.

이선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