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디오
한국 영화산업은 새천년 들어 비로소 산업으로서 제 모습을 갖출 전망이다.
29개의 영상벤처 기업들로 이뤄진 서울영상벤처사업단이 주축이 된 「영상전문투자조합」과 「영상엔젤투자클럽」이 본격 활동에 들어가고 정부의 문화산업진흥기금이 영상산업에 본격적으로 투입돼 제작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영화 제작사들 사이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공동 제작 및 공동 배급망 구축 움직임이 한국영화 산업의 대량 생산, 대량 공급 시대를 열어 갈지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인터넷 주문형 극장, 인터넷 전용 영화, 영화의 게임화 등 새로운 시도들이 적극적으로 이뤄져 영화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비디오업계는 예전보다 활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PC 보급률의 증가와 인터넷 보급의 확산으로 비디오 시장의 주된 소비층인 청소년들이 대거 빠져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프로 테이프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10% 정도 줄어든 16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PC방 열풍이 거세질 경우에는 이것마저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비디오 대여점들의 영업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 특수가 끝나는 3월이면 대여점들의 부도가 속출, 대여점수가 1만7000여개에서 연말쯤이면 1만2000여개 수준으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대여점수가 줄어드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과당경쟁이나 덤핑행위가 줄어들어 대여료의 적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국산 영화 비디오의 약진이 기대되고 있다. 작년 「쉬리」 「노랑머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국산 영화 비디오 돌풍이 프로 테이프 시장을 강타한 것처럼 올해도 우리 영화 비디오가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습격사건」 「텔미 썸딩」 「해피엔드」 「세기말」 등 굵직굵직한 대작들이 작년 말부터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어 이들 작품이 비디오로 본격 출시되는 상반기부터 할리우드 영화를 잠재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는 새로운 매체인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가 비디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콜럼비아트라이스타가 작년 9월 「어퓨굿맨」 등 5편을 출시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는 DVD타이틀은 수요가 만만치 않아 올해의 기대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용 비디오(셀스루) 시장도 본격 활성화될 전망이다. 물론 비디오 시장의 주역은 대여용 테이프다. 그렇지만 셀스루 분야도 올해 처음으로 500억원대를 넘어서는 큰 신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특히 브에나비스타·콜럼비아트라이스타 등 기존 비디오메이저 이외에 경쟁 메이저들이 신규로 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일미디어·우일셀스루·미라클 등 기존 유통사 이외에 새로운 유통업체들도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음반
새천년 음반산업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 음악」이다.
수년을 끌어오던 MP3파일 저작권문제가 지난해 말 저작권단체들과 음반업체, 오디오 제조업체, 인터넷 서비스업체들간에 본격 합의가 이뤄지면서 국내 디지털 음악시장이 급류를 탈 전망이다.
렛츠뮤직·튜브뮤직·인터넷뮤직 등 음반사들과 제휴한 유료 인터넷 음악사이트들이 이미 경쟁체제에 돌입했으며 소니뮤직·BMG 등 외국 음반메이저들도 한국내 자체 음악사이트를 개설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TMC뮤직·엠포인트·두인전자 등 주문형 음반사업을 펼치는 업체들이 음악자판기에 이어 온라인 음악사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새한정보시스템·삼성전자·LG전자 등도 MP3플레이어를 비롯한 디지털 오디오기기들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어서 디지털 음악시장은 더욱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반면 기존 음반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장 규모는 5000억원 가량으로 예년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며 신세대 가수들의 댄스·힙합가요 음반과 가요·팝 편집앨범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특히 전자상거래가 본격화되면서 음반사들도 온라인 유통 사업을 주축으로 자체 인터넷 사이트를 속속 개설할 예정이다.
대다수 음반업계 관계자들이 복잡한 음반 제작 및 유통단계를 개선하지 못하고 디지털 음악파일,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다면 기존 음반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게임
2000년을 맞아 국내 게임 산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고 정부의 육성정책에 힘입어 시장이 크게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업소용 아케이드 게임시장이다. 제품 출하가의 30%에 달했던 특소세가 완전 폐지되었기 때문에 자가 브랜드의 국산 제품이 대거 출시되고 수출도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수입도 늘 것으로 보여 내수시장에서 국산과 외산간에 시장쟁탈전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음악·댄스시뮬레이션 장르가 당분간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시장규모는 1조원대에 성큼 다가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정용 게임기 역시 호황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가정용 시장은 밀반입 제품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다 정부가 일본어 자막을 담은 타이틀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이 문제의 선결 여부가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PC게임시장은 다소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고 PC방 역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멀티플레이가 지원되지 않는 싱글게임은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인터넷 포털·전자상거래 사이트와 연계된 네트워크 게임 서비스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큰 변수가 없는 한 PC게임시장의 신장세는 20%대로 둔화되어 600억원대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게임분야는 호황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은 99년도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시장규모는 99년에 비해 100억원 가량 늘어난 300억원 가량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전히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태울·토미스·청미디어·코디넷 등 후발 중견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새로 시장에 진입한 인터코리아앤모야·아이소프트 등의 선전도 기대된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상용화 게임도 지난해의 10여개에서 올해에는 2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업체간 시장점유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송
21세기의 새로운 장을 여는 올해를 계기로 국내 방송 시장은 종전의 지상파 방송사 위주의 사업자 구도에서 케이블TV·위성방송 등 다채널 매체 중심의 사업자 구도로 빠른 속도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가 여전히 전체 방송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겠지만 인터넷 방송·케이블TV 등의 매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거나 종전의 부진에서 탈피,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우 KBS, SBS 등을 중심으로 인터넷 방송 사업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이며 케이블TV업계도 종전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확대 개편, 인터넷 방송 체제로 전환할 것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한차례 연기됐던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사업자(PP) 승인 작업이 재추진되면 국내 케이블PP는 40여개 가까이 늘어나 케이블TV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크게 확대된다. 여기다 올해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위성방송 사업자가 출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특히 KT 진영과 DSM 진영간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물밑 논의도 점차 활기를 띨 게 분명하다. 위성방송이 출범하면 향후 5년간 3조원 가량의 자금이 이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위성방송의 출범에 따른 영상 콘텐츠 분야와 세트톱박스 등 수신기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외국 방송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통합 방송법의 제정 지연으로 국내 진출을 꺼렸던 외국 방송사들이 국내 방송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진출, 국내 영상산업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올하반기부터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시험적으로 실시된다. 그동안 시험 방송만 해오다 하반기부터는 실제로 디지털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국내 디지털 TV시장도 개화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화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