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활전자산업의 경기는 내수 및 수출 모두 지난해에 비해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 98년 IMF로 급격히 냉각됐던 생활전자산업 내수 및 수출이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회복과 함께 모두 두자릿수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올해 생활전자산업의 수출이 작년에 비해 8.5% 늘고 내수도 7.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생활전자산업 수출이 65억4000만달러, 내수가 4조3000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20.3%, 14% 증가한 것에 비하면 둔화폭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환율안정에다 엔화강세, 수출중심으로의 사업방향 조정, 개도국과의 교역확대 등 호재가 많았으나 올해에는 원화절상 압력·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내수시장 포화 등 부정적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 생활전자 시장은 올해도 재벌개혁이 지속되고 중산층 이하의 실질 구매력이 저하되는 등 경제 구조개혁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외산 가전제품 유입이 크게 증가하고 유통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심화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급속한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특소세 폐지로 인한 수요증가와 디지털 가전제품의 확산 등 호재도 많아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할인·양판점 증가와 권장소비자가 표시금지 등으로 유통업체들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도 클 전망이다.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으로 디지털 가전제품 보급이 활기를 띠는가 하면 고급제품과 저가제품으로 시장이 양극화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 보면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보급률이 비교적 낮은 룸에어컨과 가스오븐레인지 등은 10% 이상 성장하고 컬러TV, VCR 등 보급률이 높은 제품들은 4, 5%의 저조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TV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저조한 성장을 하겠지만 평면TV, 디지털TV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은 빠르게 시장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VCR는 전세계적으로 판매가가 하락하고 엔고로 인한 핵심부품 및 원자재 수급상 애로가 예상되나 OEM생산 증가로 신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백색가전제품 가운데 냉장고는 일반 톱마운트형 냉장고의 경우 지난해 110만대보다 소폭 신장하는 선에서 그치지만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의 경우 아직 보급률이 10% 미만인데다 특소세가 폐지되면서 가격이 상당히 낮아져 각각 25∼30%에 달하는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올 1월부터 특소세가 30%로 환원돼 지난해 말 예약판매 실적이 크게 증가한 에어컨은 성수기의 판매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75만대보다 10% 늘어난 83만대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이밖에 세탁기와 전자레인지는 지난해보다 9∼10% 증가, 각각 110만대와 75만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지난해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오디오 시장은 올해 특소세 폐지와 경기회복 등 호재에 힘입어 호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2500억원보다 1000억원 증가한 3500억원 규모를 형성, 97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2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활기를 띠었던 수출의 경우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호황세가 이어지지만 신장폭은 8%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컬러TV는 기존제품의 가격경쟁이 심화되는 반면 평면TV와 디지털TV 수출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며 VCR는 OEM생산 증가로 7%대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세탁기와 에어컨 등 백색가전의 수출도 국내 업체의 주력제품인 세탁판 방식 시장 확대와 전세계적인 경기회복 등으로 15%와 20%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자레인지도 기술력이 향상되고 제품의 현지화가 급진전하는 등 지속적으로 신장할 전망이다.
생활전자업체들은 올해 설비확장과 연구개발, 노후시설교체 등에 중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금사정은 내부자금 확보와 금융기관 이용,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 등이 용이해짐에 따라 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과 원·부자재 조달의 어려움, 생산 및 우수개발 인력 수급불안 등이 경영상의 애로요인이 될 전망이다.
생활전자업계는 지난해 대우전자의 부진으로 삼성과 LG 두개사의 약진이 두드러졌으나 올해는 대우전자가 새로운 각오로 경영 및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여 가전업계는 오랜만에 3사의 경쟁과 협력을 통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디지털을 새 천년의 비전으로 제시한 생활전자업체들은 올해 이같은 구상을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TV와 PDP, DVD플레이어 등 첨단 디지털 제품의 수출이 본격화하는가 하면 인터넷TV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디지털사업이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정보가전은 시장 형성 초기여서 아직까지 진정한 강자가 출현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국내 업체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세계적인 리더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