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새해 특집> 새 밀레니엄 경영 화두 "전자상거래"

 18세기 식민시대에 이어 20세기 초 인류는 제국주의 아래 서로의 힘을 겨루는 전쟁을 치렀다. 20세기 중반 냉전시대에서는 더욱 살벌한 전쟁과 대량학살이라는 사건을 겪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탈냉전과 더불어 불어닥친 바람은 자국보호의 경제 식민주의, 이후 정보혁명시대가 도래했다. 정보가 곧 경제의 근간으로 변하면서 세계는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가속화시켰다.

 역사의 발전 속도는 가속도의 원칙에 따른다. 반세기의 발전이 과거 500년의 발전을 훌쩍 뛰어 넘는다. 과학의 발전이 역사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제 인터넷이라는 혁명 앞에 새로운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 뜨겁다. 정보를 먼저 선취한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정보식민시대」가 도래했다.

 「식민」이란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인터넷의 종주국인 미국은 이미 인터넷을 세력화해 세계 경제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 세계 경제는 다우존스 공업지수보다 나스닥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정보기술(IT)의 핵을 거머쥐고 있는 미국은 자유경제를 표방하며 인터넷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 자칫 한눈을 팔다간 또 다시 인터넷의 추종국이라는 오명을 등에 업고 사는 식민(?)의 처지에 처할지도 모를 일이다.

 밀레니엄의 시작은 치열한 정보전에서 시작한다. 60억 전세계 인구의 5%에 채 미치지 못하는 온라인 인구가 세계경제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컴퓨터 키 하나에 영세국가 하나쯤은 사고 팔 수 있는 금액이 오갈 수도 있다. 정보전쟁에서 뒤진다면 키를 누르는 입장이 아닌 남이 누른 키 하나에 국가의 운명이 오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21세기는 인터넷을 전면에 내세운 국가 경영전략이 우선돼야 한다. 국가에도 기업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선진국을 시작으로 이러한 추세는 이미 번지고 있다. 적자 국가는 살아남지 못한다. 인터넷 이용인구가 전체 경제인구의 90%이상이 되어야 하고 비경제 인구를 포함, 전체 국민의 70%이상 되어야 국가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

 시스코시스템스 존 체임버스 회장은 『인터넷 다음의 차세대 혁명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미래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인터넷을 능가하는 기술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텔레파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생존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될 절대적인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따라서 각국의 정책에서도 인터넷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있다.

 기업은 두말할 나위 없다. 우선 인터넷 세상에서 기업의 국적은 없어진다. 세계시장이 곧 앞마당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의 시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전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사고 팔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무역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보호무역이라는 장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또 하나 기업환경의 변화는 「딜 문화」의 정착이다. 딜 문화의 정착은 곧 전문경영을 뜻한다. 오프라인에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서는 기업의 인수·합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현금이나 주식을 통한 종적인수가 이루어지는가 하면 서로의 필요에 의한 횡적합병도 수월찮게 이루어진다. 오프라인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오던 문어발식 확장은 온라인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여기에 전문 경영인들의 대거 입각(?)도 밀레니엄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할 전망이다. 오너로 막대한 부를 향유하던 오프라인 기업들은 아쉽게도 권력이양을 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현재의 경영자들은 철저한 투자자로 남든지, 한 분야의 전문가로 남든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된다. 기업경쟁 한 분야가 아닌 한 사업분야로 좁혀진다. 어떠한 인터넷 사업을 하느냐가 경쟁의 상대로 부각된다.

 이러한 예는 빅딜업체로 소문난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에게서도 나타난다. 소프트뱅크의 성공전략은 독특한 팀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소프트뱅크식 팀제도란 경영진의 관리부담을 최소한 줄이면서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소규모 실무팀 조직이다. 수평적 라인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가져오는 것이다. 여러 기업에서 시도되고 있는 방식이지만 특히 인터넷 사업에서는 기본적인 조직운영체계다.

 또 종합 이벤트사인 인터롭 인수에 이어 지프 데이비스 퍼블리싱, 사이버 캐시 등과 제휴해 한편에서는 『손정의의 돈이 어디로 갈 것인가가 인터넷 업계의 판도를 바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자본을 통한 인터넷 경영의 귀재로 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기업의 경영전략은 어느 정도 답이 나왔다. 현재의 오프라인 기업들이 구사하고 있는 경영방식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새로운 경영 마인드와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인터넷이 가져다준 경영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세기에서 전자상거래로 이어진다. 전자상거래의 개념은 단순히 사고 파는 개념만이 아니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오프라인의 모든 기업활동이 인터넷 속으로 모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하단에는 인터넷 상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오프라인 작업들이 이뤄진다. 크게 인터넷 그룹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오프라인 그룹으로 나뉜다.

 이처럼 인터넷이 전자상거래로 귀결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이 콘텐츠의 유료화와 전자상거래를 통한 이익 창출로 모아져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이트들이 유료화한다는 것은 이미 네티즌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단계에서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은 무료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유료로 전환할 경우 실 이용자는 현격히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질 높은 콘텐츠로 유료를 지향했다면 문제는 다르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료를 선언하고 이후 사업성을 고려해 유료로 전환한다면 네티즌으로부터 배신감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이 나아갈 방향은 현재 커뮤니티를 최대한 활용한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21세기 인터넷 경영의 핵은 전자상거래다. 또 인터넷의 부흥점이 전자상거래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도 없다.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문을 여는 인터넷사업에 대한 기대치는 높다. 정보식민국가가 아닌 정보지배국가로서 설 수 있느냐가 새 천년의 과제다. 현재로선 아시아권내에서 국내 인터넷의 위상은 높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다. 솔루션, 서비스면에서 오히려 앞서 있다. 광활한 중국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까지 넷맹이 많은 동남아시장도 포진해 있다.

 모두 인터넷을 통해 식민이 아닌 지배국가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따라서 국가나 기업 모두 인터넷 경영의 신조류를 파악하고 미리 대처해 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