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는 태어난 지 얼마 안됐지만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힌다. 이는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유통형태가 기존 유통 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연구조합에 따르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올해 4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또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해의 2000억원보다 3배 증가한 59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2002년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가 178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전자상거래 규모도 99년 3807억원에서 향후 3년간 연평균 149% 증가해 2002년에는 5조898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보통 기업간(BtoB), 기업과 소비자간(BtoC), 소비자간(CtoC), 소비자와 기업간(CtoB) 거래로 나뉜다.
현재 국내 기업간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의 50%를 차지한다. 컨설팅 및 전자문서교환(EDI)이 주류였던 기업간 상거래가 올해 이후에는 모든 업종의 경영전반에 걸쳐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업들이 전자상거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비전 설정, 전자상거래 적용분야 선정, 비즈니스 모델 정립 등 관련 컨설팅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보고서들은 올해 국내 기업간 상거래 시장이 지난해의 1300억원보다 2.2배 성장한 2900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세계시장은 300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는 기업과 소비자간 상거래다. 올해부터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이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인터넷 무역, 디지털 금융상품 개발, 전자화폐, 무선 인터넷 등이 점차 활성화돼 국내 쇼핑몰 이용자수가 99년 10만명보다 4∼5배 증가한 40만∼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규모는 99년 1300억원보다 2.2배 성장한 29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시장은 지난해 660억달러에서 51.5% 증가한 1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기업과 소비자간 전자상거래 시장의 확대는 소비자간 또는 소비자와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국내시장은 아직 초보단계지만 2001년에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간 상거래는 경매사이트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소규모로 이뤄지던 소비자간 경매가 정보교류가 원활한 사이버상으로 진입하면서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또 비상장 주식에 대한 소비자간 거래는 공인된 거래소 이외의 증권시장을 형성했으며 중소규모 기업들의 자금줄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와 기업간 상거래는 역경매, 공동구매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역경매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상품의 가격을 낮게 제시하고 경쟁하는 체제로, 과거의 유통시장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다.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유통형태는 21세기에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분야별로는 무역·금융·이동통신 등에서의 전자상거래가 2000년에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부문에서는 수출입 브로커 기능이 강화돼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무역이 활성화될 것이며 금융면에서는 가상은행·가상증권 등 가상 금융시장이 확대되는 등 금융상품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다. 또한 이동통신의 보급과 서비스업체의 기술개발로 이동전화를 통한 전자상거래가 개시될 것으로 보여 사이버 시장에 좀더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가상병원, 재택치료 및 원격진료서비스 등 의료분야의 인터넷 서비스도 활발하게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여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시장규모가 확대된다고 해서 모든 인터넷기업이 이익을 내지는 못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내 500여개의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6.4%인 30여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올해부터 국내 인터넷 관련산업이 본격적인 경쟁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비용과 마케팅비용이 급증할 전망이어서 인터넷 관련업체들의 수익성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사용자들이 해외 유명 인터넷 쇼핑몰로 눈을 돌리고 있어 앞으로 세계적인 업체들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혹독해지는 경쟁 속에서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생존하려면 향후 2∼3년간의 적자를 견디면서 인터넷사업 구축을 위한 투자를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전자상거래에 임하고 있는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한 것을 감안한다면 결국 오프라인 공간에서 유통망을 가지고 있거나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업체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 인터넷 쇼핑 전문업체가 생존하려면 시장선점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이익을 내야 한다. 「시장선점의 원리」와 「수익체증의 원리」가 적용되는 인터넷 시장에서 대규모 회원의 확보와 판매상품의 특화를 통해 후발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입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전략적 제휴 혹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거래를 하듯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관심을 해외 시장으로 넓혀야 한다. 해외 고객과 직접 거래할 수 있으며 기존의 수출입업체와는 달리 부대비용 없이 수출입할 수도 있고, 관세도 없거나 적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시장진입비용이 저렴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생존하는 기업이 되려면 급변하는 환경속에 자신을 맞출 수 있는 「카멜레온」이 돼야 한다.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국경없는 무역, 업종전환 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킬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진 기업만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