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새해 특집> 극장가 이벤트

 새천년을 여는 행운을 잡은 영화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치열한 경쟁을 뚫고 1월 1일 극장가에 새로 걸리는 영화들은 방화와 외화를 합쳐 총 3편. 「박하사탕(이스트필름)」 「학교전설(시네웍스)」 「본콜렉터(컬럼비아트라이스타)」다.

 여기에 12월 31일 개봉한 「애나 앤드 킹(20세기폭스)」과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여고괴담2(시네2000)」까지 가세해 신정연휴 극장가는 풍성한 볼거리와 이들 영화간의 팽팽한 경합이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이미 지난해 10월에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되면서 국내외 영화인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새천년의 개막과 함께 1월 1일 0시에 개봉하고 전날인 1999년 12월 31일 밤 11시 30분부터 피카디리 등 서울지역 15개 개봉관 앞에서 개봉 축하 특별 이벤트를 마련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박하사탕」은 삶의 벼랑끝에 선 중년 남자 김영호(설경구 분)가 20년의 세월을 역으로 거슬러가면서 인생의 의미를 잔잔히 되짚어보는 드라마. 젊은 시절, 광주항쟁을 겪는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인간의 순수성이 어떻게 절망과 환멸로 바뀌어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관객에게 보다 사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앤티 스타 시스템(Anti Star System)」을 도입, 무명의 배우들을 갈고 닦아 최고의 스타로 만든 감독의 숨은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신생 영화사 시네웍스가 제작하고 김현명 감독이 연출한 「학교전설」은 공포영화의 대상층을 초등학생으로 끌어내리는 색다른 시도가 눈길을 끈다. 모험물이나 코믹액션, 계몽이나 선도를 위한 교훈이 주된 내용이었던 어린이영화 장르에 재미와 공포를 결합한 이같은 영화의 탄생은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곡초등학교로 교환수업을 하러 온 서울초등학교의 아이들은 학교의 비밀을 둘러싼 무시무시한 귀신 얘기를 듣게 된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진실의 실체를 직접 찾아나서고 이 가운데 무섭고도 으스스한 갖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드라마 「은실이」의 주인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껏 받았던 전혜진이 우물에 빠져 죽은 전설의 소녀 귀신 영주로 분해 당돌하고 깜찍한 귀신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으며 귀신얘기를 전해주는 선생님 역할은 개그맨 신동엽이 맡았다.

 두 방화에 맞서는 외화로는 덴젤 워싱턴·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액션 스릴러 「본콜렉터」.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명령」에서 메가폰을 잡았던 필립 노이스 감독이 다시 한번 연출의 묘미를 보여준다.

 연쇄살인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법의학 전문 형사 링컨 라임(덴젤 워싱턴 분)과 영리하지만 공격적인 여경찰 아멜리아 도나위(안젤리나 졸리 분)가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장이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다.

 이밖에도 홍콩과 할리우드의 대스타 주윤발과 조디 포스터의 화려한 만남이 화제가 되고 있는 「애나 앤드 킹」은 따뜻하고 귀여운 연인들의 얘기를 다룬 사랑스런 로맨틱 드라마로 영화제작사인 20세기폭스 측은 2000년 아카데미상이 목표라며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