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업체 해외법인 현지 주식上場, 누가 첫 테이프 끊나 "관심"

 「어느 업체가 해외법인을 첫 상장하는 주인공이 될 것인가.」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이 해외법인을 현지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계획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어서 그 성사 여부가 연초부터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일단 첫 테이프를 끊는 업체는 삼성SDI나 LG전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 유력하다. 두 업체는 이른 시일안에 해외법인을 상장시키기로 하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오리온전기는 모그룹의 해체 등으로 해외법인 상장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추진현황 = 삼성SDI는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의 상장을 추진중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레이시아공장을 조기에 상장시키기로 하고 사전 작업으로 현지 주식거래소(KLSE)의 상장요건을 분석했다.

 삼성SDI는 이미 말레이시아 법인이 KLSE 1부 시장에 상장할 요건을 갖춘 것을 확인했으며 주식시장 상황과 현지법인 전략을 결정하는 대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만큼 해외법인 첫 상장의 영광을 삼성SDI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문제는 말레이시아 증시의 침체. 지난해 말레이시아 증시는 다른 아시아국가와 달리 침체를 거듭해왔다. 삼성SDI의 한 고위 임원은 『말레이시아 증시가 활성화하지 않을 경우 SDI의 상장 계획도 늦어질 수 있으나 일단 연내 상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이 상장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언제든지 상장할 수 있는 상태다. LG전자측은 『중국법인의 경우 상해나 홍콩에서 상장해야 하는 데다 절차도 까다롭고 현지 자본이 그만큼 성숙하지 않는 등 걸림돌이 많다』면서 『중국보다는 인도네시아 법인의 조기 상장을 내심 계획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 상반기중 상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법인의 상장에는 정정불안이 가시지 않은 데다 주식시장이 유동적이라는 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전자 디스플레이사업본부장 구승평 사장은 『상장 이후 경영권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와 주식가격 등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나 딱히 시점을 못박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리온전기는 베트남, 멕시코, 프랑스에 현지 생산법인을 갖고 있는데 멕시코 법인을 시작으로 현지 상장을 추진중이다. 오리온전기는 멕시코의 경우 다른 곳과 달리 증시 여건이 좋은 데다 지난해부터 멕시코 생산법인을 가동해 현지 자본 조달의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오리온전기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없다시피한 베트남을 빼더라도 멕시코와 프랑스에서는 상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아직은 먼 얘기』라며 『2002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법인 상장의 필요성 = 해외법인 상장은 현지화 전략의 완성을 뜻한다. 해외법인의 현지화를 추진해 온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상장을 통해 현지법인의 독자적인 운영시스템을 완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법인을 상장할 경우 현지금융 조달체제를 통해 본사의 투자 및 운영 부담을 덜 수 있으며 이미 투자한 금액도 단번에 회수할 수 있다. 또 독자적인 경영 및 연구개발 체제를 갖춰 현지시장의 공략에서도 훨씬 유리해진다. 디스플레이업체들이 해외법인 상장을 서두르는 것은 이러한 이점 때문이다.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다. 상장된 해외법인은 더이상 본사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기 어렵게 된다. 현지인을 비롯한 주주를 위해 경영해야 하기 때문에 간섭도 많아진다. 또 투명한 경영체제를 갖춰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 디스플레이업체들은 날로 글로벌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현지법인 상장의 이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가 직접 진출해 만든 해외법인 가운데 상장된 업체로는 태일정밀이 중국에 설립한 쌍태전자가 유일하다. 그렇지만 삼성SDI나 LG전자와 같은 대형 제조업체의 해외법인이 상장된 경우는 없다. 어느 업체가 처음이 될지 몰라도 그 자체는 국내 대형 제조업체들의 해외법인 상장 붐에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