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0미크론」 설계 기술에 도전한다. 국내 주요 PCB업체들이 무한기술 개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올해의 의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회로폭과 회로사이의 간격이 30㎛(1㎛는 100만분의 1m)에 불과한 PCB를 설계·제작하는 기술은 전세계 PCB업계가 꿈에 그리는 「극한 기술」이다.
현재 가장 미세한 패턴의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이 장착되는 노트북과 이동전화기에 적용되는 PCB 설계기술은 「100/100㎛」 정도.
또 최근들어 수요가 일고 있는 BGA 등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적용되는 PCB 패턴 정밀도는 기껏해야 「75/75㎛」 수준이다. 현존하는 PCB중 가장 극미세 회로패턴 기술을 요하는 멀티 CSP기판의 경우에도 「50/50㎛」면 충분하다는 게 PCB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시말해 「30/30㎛」의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자·정보기기는 현재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수요도 없는 꿈의 기술인 「30/30㎛」에 국내 PCB업체들이 감히 도전하고자 하는 까닭은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세계 초우량 PCB업체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욕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PCB업체들은 선진 외국 PCB업체와 2∼3년의 기술 격차를 두고 따라가기만 하면 그런대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로 지칭되고 있는 밀레니엄 시대에서 선진 외국업체의 뒤를 따라가는 기술로는 더 이상 승부를 낼 수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다 한국 PCB업체의 잠재력을 의식하기 시작한 외국 선진 PCB업체들은 첨단 기술에 대한 정보제공은 물론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있는 반면 세트업체들이 요구하는 PCB설계기술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PCB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대덕전자·삼성전기·LG전자·심텍 등 주요 PCB업체들은 독자기술로 PCB설계상 꿈의 기술로 불리는 「30/30㎛」를 개발키로 한 것.
이미 이들 주요 PCB업체들은 연구소내 특별 태스크포스팀을 두고 「30/30㎛」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관련 개발장비 및 생산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일부 업체는 2∼3년내에 양산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플립칩」기판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30/30㎛」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고 판단하고 선진국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30/30㎛」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앞으로 세계 PCB 구매 시장을 주도하게 될 계약제조자(CM)로부터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국내 PCB업체들이 「30/30㎛」기술 자립에 적극 나서는 한 요인이다.
대덕전자 이진호 기술연구소장은 『「30/30㎛」기술은 앞으로 세계 PCB 기술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이 기술의 조기확보 여부가 국내 PCB업체가 세계 최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