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학생과 스승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교육이 진행되는 학교, 학생이 주체가 돼 자기가 학습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행·평가하며 반성하는 능동적인 학습방법, 장애인들도 정상인들과 동등하게 교육기회를 제공받는 사회, 학생과 교사, 학교와 가정이 양방향 대화를 나누며 자녀교육을 고민하는 세상. 이처럼 꿈같은 상상이 2000년대엔 현실로 나타날 전망이다.
정부가 일반 국민의 PC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PC사업이 기반을 잡으면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다 초고속 통신망 등의 기반시설이 마련되고 여기에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교육 관계자들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첨단 정보통신기기 보급에 힘입어 교육정보화가 진전되면 교육의 개념은 20세기와 전혀 다르게 변한다. 기존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사라지는 대신 양방향으로 정보를 탐구하고 교환하며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방식의 학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학습공동체가 등장해 학생들끼리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특정 과제를 풀기 위해 인터넷 통신망을 타고 전세계 곳곳을 누비게 된다. 인터넷과 연결된 컴퓨터가 도서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정보화는 인터넷 유학시대의 개막도 의미한다. 20세기처럼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날아갈 필요 없이 자기 집에서 인터넷으로 세계 유수 대학의 강의를 듣고 학점은 물론 학위도 딸 수 있게 된다. 이미 서울대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버클리대, 일본 도쿄대, 중국 베이징대, 호주 호주국립대 등 태평양 연안의 세계 34개 대학이 학술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초고속 전자 네트워크인 「APRUNET(Asia Pacific Rim UniversityNETwork)」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물론 여기에는 국내 대학들도 연계된다. 현재 아·태지역의 국가망을 연결하는 APAN(Asia Pacific Advanced Network)과 연계되는 국내망에는 한국통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및 대전의 KAIST, 충남대, ETRI,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등이 연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에는 다른 대학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 네트워크가 완성되고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들이 학점교류와 학위인정 등의 제도를 도입하면 구태여 외국으로 유학갈 필요가 없어지는 것.
이와 함께 대학 자체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교육부가 97년 10월 추진한 가상대학 프로그램 시범운영대학 선정계획에 따라 전국 12개 대학과 2개 기관이 참여한 열린대학교육협의회(OCUC)가 결성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열린대학교육협의회는 이미 전국 12개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인터넷으로 대학교육을 실시하는 열린사이버대학(OCU)을 시범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는 2000년 3월이면 정식으로 「대학」 간판을 달고 모든 네티즌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게 된다.
정부는 이같은 교육정보화를 추진하기 위해 2000년도 예산으로 989억원을 책정했으며 이를 통해 초·중·고등학교 학생실습용 및 교원용 컴퓨터 보급사업, 학내 전산망 구축사업, 교육용 콘텐츠 개발 및 보급사업, 초·중·고등학교 사이버 실험시스템 구축사업, 교육학술정보망 운영·관리사업, 장애인 교육복지정보센터 구축사업, 대학도서관 정보화사업, 정보교육 담당교원 양성 및 연수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