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세계 전자업계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사활을 건 전쟁을 벌였다.
기존 CD 크기에 영화까지 담을 수 있는 대용량 저장매체인 DVD와 관련된 「DVD 규격전쟁」이었다. 당시 한국기업은 이 DVD 규격전쟁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 후 이 전쟁의 승리자인 소니·도시바·필립스·톰슨·마쓰시타·파이어니어 등은 DVD 통일규격이 마련되면서 많은 혜택을 입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들은 DVD플레이어를 만들 때마다 대당 10% 정도의 로열티를 이들 업체에 지불해야만 했다.
우리가 국제표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때는 95년부터다. 이때부터 정부와 연구소, 기업들은 표준화 대응조직을 마련하는 등 소리없이 표준화에 주력해 왔으며 이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표준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다. 우리가 자랑할 만한 세계표준은 크게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동영상 전문가그룹(MPEG)을 들 수 있다.
이동전화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유럽 전체지역을 서비스영역으로 하는 단일 유럽표준의 GSM방식과, 한국·미국이 함께 개발한 CDMA방식, 일본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PDC방식 등 지역별로 분할양상을 보였다.
현재 이동전화 세계시장 점유율은 GSM이 70∼80%를 차지하고 있으며 CDMA와 PDC가 나머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97년 7000만명을 돌파한 GSM 가입자수는 오는 2003년이면 3억6400만명에 이르러 전체의 5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CDMA는 97년 740만명에서 2003년에는 1억4100만명으로 2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별로 표준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CDMA 표준에 있어 미국은 93년 7월 전기통신공업회(TIA)에 의해 디지털 휴대전화 서비스 표준으로 「IS95」를 제정했으며, 우리는 93년 11월 정보통신부에 의해 디지털 이동전화의 기술방식으로 CDMA를 정식 고시함으로써 양국간의 표준화경쟁이 시작됐다.
디지털 이동전화에 관한 국제표준화는 ITU 산하에 국별로 표준화 창구를 일원화했는데 유럽방식의 비동기식은 ETSI가, 미국방식의 동기방식은 TIA가 중심이 돼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의 ARIB, 한국의 TTA, 중국의 CWTS는 양쪽 방식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CDMA는 우리와 미국이 중심이 돼 개발한 것으로, 유럽의 통일된 GSM방식과 비교해 기술적 우월성과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는 CDMA방식의 우수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기술개발 및 제품화에 성공했으며 기술적인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 우수한 기술방식으로 인정되어 일본 및 일부 유럽국가에서 CDMA방식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5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ISO/IEC 정보기술위원회 산하 멀티미디어 전문위원회(JTC1 SC29) 회의에서 멀티미디어 정보를 통신네트워크나 저장매체에 고속으로 저장·검색하기 위한 기술인 MPEG7 국제규격에 12개의 우리 기술이 정식 표준의 전 단계인 위원회 작업반과 실험모델로 채택되는 개가를 올렸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동영상 휴대폰과 차세대 대화형 멀티미디어 방송에 필수적인 요소기술인 MPEG4 버전 2에 삼성전자가 제안한 「비트분할 오디오 부호화 기술」 등 8개 기술을 세계규격으로 정식 확정하는 등 멀티미디어 동영상 압축기술(MPEG)분야에서 우리는 선진국보다 한발 앞서 있다.
MPEG은 정지된 영상을 압축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 JPEG과는 달리 시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하는 동영상 비디오 데이터의 압축과 코드 표현을 통해 정보전송이 이루어지는 차세대 저장매체 그룹이다.
MPEG의 표준화는 IEC/ISO가 함께 운영하는 JTC1에서 88년 DTV 개발과 관련해 필요성을 인식하고 창설한 MPEG위원회의 활동이 시발점이다.
우리는 디지털TV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MPEG2부터 참가해 삼성전자가 제출한 특허 2개가 채택되는 것을 시작으로 MPEG분야에서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MPEG분야에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MPEG의 표준화 요구사항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과 국내 참여기관 사이의 활발한 산·학·연 연구협력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공동으로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