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새해 특집> 아.태지역 IT시장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최근 외환위기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2000년 이후에는 이를 완전히 극복하고 다시 고속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회사인 가트너그룹이 최근 내놓은 「2000년 아·태 지역 IT산업 기상도」는 이 말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아·태 지역의 IT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480억달러에서 올해 2896억달러로 16.8% 성장하는 데 이어 오는 2003년에는 4456억달러를 기록해 4년 동안 약 2배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주요 IT분야별 시장규모를 보면 통신서비스 매출이 지난해 1381억달러에서 올해 1608억달러로 16.4% 성장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그 뒤를 PC(216억달러), 주변기기(175억달러), 서비스 개발 및 통합(114억달러), 응용소프트웨어(88억달러), 하드웨어 유지보수(67억달러) 등이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아·태 IT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세력으로는 PCS 등 휴대전화와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 등이 꼽히고 있다. 또 아·태 지역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일반 전화의 보급에도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중국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한국과 타이완이 그 뒤를 이어 가입자수 2, 3위를 각각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지난 98년 2500만명에 그쳤으나 그 후 매년 30% 정도씩 성장, 오는 2003년에는 그 수가 65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또 아·태 지역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지난 98년 8900만명(일본 포함)에서 매년 20% 정도씩 늘어나, 오는 2003년 2억6500만명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통신분야에서는 가입자수 못지 않게 어떤 표준을 채택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이동전화 가입자의 약 20%(1000만명)가 아직도 아날로그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아·태 지역 전체 아날로그 가입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아날로그 가입자 비중이 높은 국가로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태국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99년 아·태 지역 각국의 정부 예산을 보면 한마디로 반동(Rebound)의 한해였다. 각국 정부는 행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각 부서 전체 예산의 5∼10%를 IT 분야 투자에 할애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의 국가가 IT투자에 적극적인 반면 외환위기를 겪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 태국 등의 IT투자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이제 경제상황이 많이 회복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태 지역 정부의 IT관련 예산은 앞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터넷 및 중·대형 응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지금까지 시험적용의 단계에 그쳤으나 2000년 이후에는 정부 IT 정책의 핵심분야로 부상할 전망이다.

 또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리눅스가 가장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리눅스 운용체계를 탑재한 컴퓨터가 앞으로 5년 안에 전체 시장의 약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기대 이상으로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리눅스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날수록 리눅스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개 소프트웨어」라는 특성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리눅스도 결국 유닉스 계열의 여러 소프트웨어 중 하나로 그 성격이 바뀌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열기는 최근 아·태 지역에서도 달아오르고 있다. 우선 중국 지역에서만 지난 1년 동안 소후(www.sohoo.com)와 인하이웨이(www.ihw.com.cn) 등 수십개의 인터넷 사이트가 설립되어 현재 「중국 포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500만명 수준인 중국의 인터넷 사용인구가 한달 평균 30여만명이 늘어나 2000년말까지 9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와 콘텐츠 제작 등 인터넷 사용환경은 아직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ISP와 콘텐츠 제작 업체들과 끈끈한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은 또 현재 케이블 가입자만도 9000만여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데 앞으로 이들이 TV를 시청하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세트톱박스 등도 황금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알카텔과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최근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 휴대전화기와 세트톱박스를 선보여 미지의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